[사설] 중산층 부담 키우는 종부세 폐지·상속세 개편 속도 내야

정부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어제 종부세와 관련해 “주택가격안정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다”며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하면 재산세에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속세도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을 고려해 일단 3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번 주 중 당정협의에서 상속세 과세표준·공제·세율조정안을 논의한다. 종부세와 상속세는 부동산시장과 기업활동을 넘어 중산층까지 옥죄는 상황이어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2005년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상위 1%에 부과한 부자 세금으로 도입했지만 지금은 집값 급등 여파로 중산층까지 세금폭탄을 맞고 했다. 윤석열정부가 종부세 부담을 덜어줬다지만 지난해 1주택자 대상이 11만명을 웃돈다. 달랑 집 한 채뿐인 은퇴생활자에게 큰 고통이다. 재산세가 있는데 그 위에 또 종부세를 얹어 이중과세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상속세도 이제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다. 공제 한도가 28년째 10억원이다. 이젠 서울에서 웬만한 아파트 한 채만 물려받아도 상속세를 물어야 할 판이다. 과세비율이 10년 새 4.77%에서 13.96%로 3배 가까이 높아졌다. 7명 중 1명꼴이다. 세율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최고세율이 50%로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인데 최대주주의 경우 10% 할증까지 붙는다. 두세 번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러니 대주주들이 주가상승을 꺼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기 일쑤다.

세제개편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용 1주택에 대한 종부세 폐지를 제안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종부세 폐지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대기업·부자 감세를 비판하자 이런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야당이 아직도 낡은 틀에 갇혀 갈라파고스 세제를 고집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아마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 셈법이 깔린 듯한데 외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20대 대선 때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수도권 표심을 움직이지 않았나.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려면 시대착오적 세제를 뜯어고치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