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그제 내놓은 ‘인구정책 기본계획’에서 노인 복지 혜택을 주는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속도가 빨라지는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장 지하철 무임승차제 등 노인복지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손대자는 건 아니다. 생계와 연관성이 적은 문화사업 등 개별 복지 사업에 노인 기준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저출생으로 생산인구가 급감하면서 세수가 원활하게 걷히지 않는 데다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복지 사각지대가 생겨서는 안 되겠지만 가용 가능한 예산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서울시의 선도적인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노인 비중이 월등히 높은 농촌 지역은 지자체 특성에 따라 서울시와 달리 유연하게 적용하면 된다.
그렇다고 지자체에만 맡겨놓고 정부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현행 노인연령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명시된 이후 40년 넘게 요지부동이다. 만 65세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의료비 할인, 공익형 일자리 제공 등 노인 복지의 기준점이다. 1980년 65세였던 한국인 기대수명은 2022년 83세로 늘어났다.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도 3%대에서 내년이면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 구조 변화와 복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노인연령 상향은 화급한 과제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대안을 내놓는다지만 여러 차례 흐지부지된 전례로 볼 때 믿기 어렵다. 청년 일자리와 맞물려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서둘러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일찌감치 정년을 65세로 늘린 일본에서는 70세 정년 움직임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재계가 앞장서 고령자 기준을 올리자고 나설 정도다. 일본 정부는 2013년과 2021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과 신고령자고용안정법을 통해 65세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의 연령 기준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만 60세 정년’ 이후 노인들의 소득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 논의와 국민연금 의무가입·수급 연령 등 연금개혁 등이 맞물려야 한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아닌 일·생산성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는 직무급제 등 유연한 근무체계도 확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