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은 최 회장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상고 이유를 밝히며 6공화국 비자금 의혹 해명에 집중했다. 비자금을 둘러싼 논란으로 그룹에 부정적 영향이 끼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형희 SK SUPEX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이번 소송은 개인 간 소송으로, 그동안 회사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항소심 판결 결과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했다는 내용이 있어 이 부분을 소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이슈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SK에는 15만명의 구성원이 있고, 고객이 있고 투자자가 있다”며 “(비자금)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잘 해명하고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SK 회사 차원의 숙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00억원을 현금으로 분할하라고 선고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과 메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흘러들어 갔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 산정에 반영했다.
6공 특혜설도 정면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이동통신 인수가 이뤄진 뒤 김영삼정부 당시 6공의 후광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세청과 공정위 등 규제 부처에서 SK에 대해 세무조사 등이 있었는데 이는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이 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정식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 위원장은 “당시 체신부(정보통신부)가 법을 발의하고 제안할 때 많은 토론이 있었다”며 “만약 대통령의 강한 지원 의사가 있었다면 힘이 약한 부서(체신부)에 그것을 하라고 하고 힘이 센 부서에 그것을 막으라는 상반된 지시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6공화국 기간(1987∼1992년) 10대 기업의 매출 성장률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재계 5위였던 SK의 성장률은 1.8배로, 10대 그룹 중 9위에 그쳤다. 대우가 6공 기간 매출 성장률이 4.3배로 뛰어 가장 높았고, 기아(3.9배), 롯데(2.7배), 현대(2.5배), 쌍용(2.4배) 등의 순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그는 “6공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특혜도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적시돼야 한다”며 “6공 정부의 대통령 사돈이라는 게 그다음 정부로 이어지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