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우직함에 정성 곁들여… 전통의 맛 잇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우밀가’ 김현경 대표

맛있는 음식 찾아 다니며 맛 재현
할머니표 칼국수 떠올려 메뉴 선정
안동국시·평양냉면 시그니처 메뉴
냉면·칼국수면 직접 자가제면 고집
부추김치 등 반찬도 당일 담가 사용
“고객들이 웃는 모습 볼때 보람 느껴”
우밀가의 김현경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친할머니가 홍두깨로 반죽을 밀고 호박을 숭덩숭덩 썰어 넣어 손칼국수를 만들어주던 추억이 있다. 또 어릴 때부터 요리를 하는 어머니를 도울 정도로 함께 요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이런 경험은 김 대표가 호주에서 유학을 하면서 한식을 만들어 외국인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요식업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 회사를 다니면서도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요식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여러 메뉴를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할머니표 칼국수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동국시를 시작했다.

 

김현경 대표

김 대표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고 이렇게 먹었던 맛을 기억하고, 그 음식을 재현해서 먹는 것을 즐겼다. 국시 가게를 시작한 이래 16년간 운영하다 보니 다른 음식점에서 맛있다고 느낀 메뉴들을 재현해보면서 스스로 주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주방에 들어가서 배우고 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또 매장의 직원들과 의논하고 연구하면서 지금의 메뉴들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우밀가는 안동국시와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경상도 음식과 이북 음식이 기본적인 메뉴라고 할 수 있다. 각 지역색이 드러나는 메뉴를 선보이는데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안동국시, 경상도식 소고기국밥, 문어숙회, 한우수육, 동태전, 메밀묵 등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이북음식으로 평양냉면, 만두, 녹두전, 어복쟁반 등을 선보이고 있다. 안동국시와 평양냉면을 한곳에서 맛보기 쉽지 않은데 이 두 메뉴를 같은 공간에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우밀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 대표의 우직함과 고집으로 우밀가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은 매장에서 직접 조리한다. 육수를 끓여내고 냉면, 칼국수면도 직접 자가제면한다. 이뿐 아니라 겉절이, 부추김치, 깻잎 반찬도 당일에 담근 것으로 사용하며 후식으로 나가는 식혜도 전통 방식으로 매일 끓인다. 이러한 고집이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는 방법이지만 꾸준함과 한결같음으로 고객들에게 인정받아 현재 7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평양냉면

김 대표를 나타내는 우밀가의 시그니처 메뉴는 안동국시와 평양냉면이다. 면 요리는 간단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우 예민한 음식이다. 화력이나 온도 등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반죽도 다르게 해야 하며 주방 환경에 따라 끓이는 시간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평양냉면의 반죽은 더 예민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반죽을 완성해야 한다. 육수도 질 좋은 한우 양지, 사태를 김 대표만의 비법으로 삶아낸 뒤 오랜 시간 끓이면서 기름을 걷어내는 정성을 들인다. 먹는 사람에게는 국수 한 그릇일 뿐이지만 만드는 사람은 몇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야 완성되는 요리다.

 

안동국시

김 대표의 철칙은 정직하게,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맛은 매우 정직하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식재료의 차이 등이 모여서 고객이 맛이 있다고 평가하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당장 이익을 좇기보다는 고객의 입장에서 정직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니 16년의 시간 동안 한결같은 곳으로 고객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방문하는 고객들이 김 대표가 제공하는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이 느껴지곤 한다. 김 대표의 매장에 브레이크 타임이 없고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이유도 김 대표가 운영하는 우밀가의 음식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열려 있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음식을 좋아하고 찾아주는 고객들이 계속 있어준다면 앞으로도 한식 전통을 이어가는 매장을 계속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꾸준히 성실하게 하루하루 고객들을 맞이해서 안동국시, 평양냉면을 대표하는 노포가 되는 것이 김 대표의 바람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잘하고 맛있는 음식은 많지만 김 대표가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음식은 엄마의 집밥 같은 음식이다. 특별한 것 같지 않지만 집에서 할머니가 끓여주던 칼국수, 엄마가 끓여주던 미역국, 설날 가족들과 함께 끓여 먹던 떡국과 같이 김 대표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깃든 음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음식을 맛보는 사람이 그리운 어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을 만들고 싶다. 음식은 추억이고, 기억의 아우라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음식의 기억을 잃어버린 고객의 그리움과 마주하고 싶은 것이 김 대표의 바람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