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판 블랙리스트?"…김치코인 상폐 가능성은

이른바 코인판 블랙리스트가 등장해 국내 시장이 시끄럽다. 앞으로는 유통량 계획을 위반하거나 원인 불명의 해킹 사고가 발생한 김치코인은 상장 폐지(상폐)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지원(상장) 모범사례안을 마련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코인들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모범사례안은 추후 확정돼 내달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전 거래소에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비롯해 금융당국에 신고된 29개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 중인 600개 종목의 상장 유지 여부를 사상 처음으로 전면 심사하는 것이다.

 

심사 과정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미달' 종목은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뒤 상폐될 예정이다. 심사는 분기별로 한 차례씩 이뤄진다. 국내에서 거래를 지속하려는 코인은 3개월마다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툭하면 '해킹'당하는 코인?…이제는 OUT

 

금융당국이 모범사례안을 통해 마련한 상장 심사요건은 '이원화'가 골자다. 중요 심사항목은 부적격 요건인 형식적 심사요건으로, 기타 심사항목은 적격 요건인 질적 심사요건으로 나눠서 살핀다.

 

형식적 심사요건은 크게 ▲발행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기술 보안 ▲법규 준수 등 4가지 분야로 구분된다. 관련 중요사항을 공시하지 않거나 백서 등과 같은 설명자료가 부재한 코인 등이 여기서 걸러질 예정이다.

 

특히 해킹에 취약한 코인도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형식적 심사요건 중 하나인 기술 보안은 '가상자산, 지갑, 분산원장 등에 원인 불명·치유되지 않은 보안 사고 발생'을 부적격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해당 요건에 따라 두려움을 떠는 곳은 김치코인 발행사다. 올해 초부터 유독 김치코인에서 잇따라 해킹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질적 심사요건에서는 총 발행량과 유통량 계획, 사업계획의 변경 내역 및 정도 등이 주요 요건으로 꼽힌다. 발행사들의 코인 운영 투명성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코인의 총 발행량과 유통량 규모뿐 아니라 시가총액 및 분배의 적절성, 온체인 보유자 수 증감 추이, 커뮤니티의 활성도까지 평가 요소에 포함된다. 상장 법인이 발행한 코인의 경우에는 판매 자금 사용 계획과 현황의 보유자와 이해상충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제2의 테라와 위믹스는 안 돼"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과 유통량 산정 등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세웠다. 제2의 테라와 위믹스를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모범사례안에 따르면 법정화폐를 준거자산으로 하지 않는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켰던 주범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자체를 막겠다는 뜻이다.

 

이밖에 법정화폐가 준거자산인 법화담보형과 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에는 규제 차등화를 고려 중이다. 이는 가치 안정성을 토대로 결제성 가상자산의 특징을 지닌 스테이블코인의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 예치 물량에 대한 정의도 명확해졌다. 향후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된 물량은 디파이 서비스 수요에 따라 언제든지 유통될 수 있으므로 유통량에 산입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이는 앞서 위메이드가 디파이 서비스 '코코아 파이낸스'에 담보로 잡아놓은 위믹스를 보고한 유통량에서 배제하면서 발생한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당시 업계에서는 위믹스 사례를 참고해 디파이에 담보로 잡힌 물량도 유통량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디파이에 담보로 잡힌 물량은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청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킹 물량을 유통량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도 결정됐다. 금융당국은 '락업'된 물량이 스테이킹된 경우에만 유통량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스테이킹 물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통량에 산입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심사 예고에 업비트와 빗썸에 상장된 알트코인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새롭게 마련된 심사 기준에 따라 무더기 상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심이 위축된 탓이다.

 

전날 오후 8시40분 업비트·빗썸 기준 거래 대금 상위권 알트코인들은 대부분 1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