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석유 속 수영, 헐값 된다"… 동해석유 어쩌나

IEA, 하루 800만 배럴 과잉공급 전망
동해석유 채굴 성공해도 계륵 될 수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30년이면 석유가 하루에 약 800만배럴 과잉 공급돼 석유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탄소 에너지원 증가로 석유 공급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30년이면 세계가 넘쳐나는 석유 속에서 수영할 것”이라고 했다.

 

IEA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석유 2024’ 보고서를 발표하고 2030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540만배럴, 석유 공급 능력은 하루 1억1380만배럴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추산대로면 하루에 약 800만배럴이 과잉 공급된다. IEA는 “미국과 아메리카대륙 다른 나라들의 채굴로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남는 석유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 이후로 가장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뉴스1

2030년 전까지는 세계 석유 수요 증가량은 점진적으로 둔화해도 석유 수요 자체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세계 석유 수요가 2029년 정점을 찍은 뒤 다음 해에 약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배경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과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수송부문 전환이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후 수요 반등이 힘을 잃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와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환으로 세계 석유 수요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으며 2030년이면 수요가 최대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최신 데이터에 기반한 이번 보고서 전망은 2030년까지의 석유 공급 과잉을 보여주며, 석유기업이 사업 전략과 계획을 바꿀 준비를 하는지 확인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요 둔화는 특히 이미 경제발전이 많이 진행된 나라에서 두드러진다. 선진국에서 석유 수요는 지난해 하루 4570만배럴 수준이었는데 2030년에는 하루에 4270만배럴로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기를 제외하고 석유 수요가 이렇게 적었던 마지막 시기는 1991년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석유공사 제공

최근 정부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IEA의 전망대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수요가 계속 감소한다면 시추가 성공하더라도 경제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심해 유전 등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7∼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공사가 올해 연말부터 탐사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개발을 무사히 마칠 경우 2035년에야 석유·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단체들도 상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정부의 석유·가스 시추 계획을 경제적으로도 타당성 없는 구시대 ‘에너지 안보’ 구호 답습이라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은 “동해에서 가스와 석유를 실제로 뽑아낸다면 한국이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의 7배가 넘는 ‘온실가스 폭탄’을 퍼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랜1.5도 “IEA는 향후 석유와 가스 수요 감소에 따라 2050년이 되면 석유·가스 가격이 각각 74%, 6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정부의 ‘140억배럴(정부 추정 부존량)이 현재 가치로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 된다’는 말은 현재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한 시점 기준이며,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