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쟁력 순위 ‘역대 최고’, 규제 풀어 민간 활력 더 키워야

한국 국가경쟁력이 67개국 중 20위를 차지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어제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28위에서 8계단 뛰어올랐다. 1997년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후 최고 순위다. 싱가포르가 4년 만에 1위를 탈환했고, 스위스 덴마크 아일랜드 홍콩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 효율성, 조세정책, 경제성과 부문에선 순위가 떨어졌지만, 기업 효율성 부문에서 10계단 수직상승하며 이를 상쇄했다. 지난 2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순위가 반등한 건 반가운 일이다.

세부 항목을 보면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분야에서 순위가 대폭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기업 효율성은 33위에서 23위로 뛰어올라 전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생산성·효율성(41→33위), 노동시장(39→31위), 경영 관행(35→28위), 가치관(18→11위) 등 5개 부문이 고르게 좋아졌다. 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노동개혁 등이 맞물려 좋은 평가를 끌어낸 것이다. 인프라 분야에서 5계단 올라 11위를 기록한 것도 의미가 있다. 특히 과학 인프라가 1위에 올랐고, 기술·교육 인프라가 각각 16, 19위를 차지해 성장 잠재력을 기대케 한다.



문제는 정부의 비효율성이다. 67개국 중 39위로 내려앉아 전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특히 조세정책 부문이 26위에서 34위로 뚝 떨어진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은 41위이고, 법인세 부담은 58위로 거의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렇게 기업·가계의 발목을 잡고서 국가경쟁력 상승을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법인세·소득세 부담을 줄여 민간 경제의 활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세법 개정 사항인 만큼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야당이 더는 ‘부자 감세’라는 명분으로 발목을 잡지 말길 바란다.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의료개혁 등이 국제사회에서 평가를 받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업 효율성 2위, 정부 효율성 2위, 인프라 4위 등 전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대만(8위), 호주(13위), 중국(14위) 등에 여전히 뒤진 것도 비효율적인 정부 탓이 크다. 노동·교육·연금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 성장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할 때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더 높아지려면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활력을 키우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