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열풍이 전 유럽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유럽 정치 중심국가인 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본격화됐다. 선거에 나설 각 정당과 연합체가 17일(현지시간)부터 2주간 공식선거운동을 통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유권자 확보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선거운동기간 시작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각 당 후보자의 온라인 포스터가 시시각각 게재되는 등 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소속정당인 중도성향 르네상스가 극우성향 국민연합에 완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국민연합의 기세는 총선 국면이 본격화된 뒤에도 여전히 식지 않는 중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가 지난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5%의 지지를 받아 프랑스 내 4개 좌파 정당이 뭉친 연합체인 신민중전선을 지지율에서 9%포인트나 앞섰다. 르네상스와 연대 중도 정당들의 연합체인 앙상블은 19%로 3위에 그치는 등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에도 반전의 계기를 잡고 있지 못한 상태다.
상대당들의 이런 공세에 세바스티앙 슈뉘 국민연합 대변인은 “우리의 집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 진영들이 “거짓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프랑스 조기 총선은 큰 변곡점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민연합의 독주와 이를 막기 위한 전통 정치세력의 대결 구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이날 EU 집행위원회의 주요직 인선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면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 여부는 이달 말 열리는 정상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당초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정상들의 비공개 만찬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이 추인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종 추인 불발은 정상회의 상임의장직 임기 등을 두고 회원국 간 갈등이 빚어진 탓으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주요 직책 후보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대체적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합의는 불발됐지만 유럽의회 선거 초기부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연임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EU 전신인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 행정부 수반에 오른 그는 연임 확정 시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