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기 총선 본격 레이스… 극우 돌풍에 정계 '신경전'

2주간 공식 선거운동 돌입

국민연합, 지지율 35%로 1위 유지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에 9%P 앞서
‘마크롱당’ 포함된 중도 연합은 3위
좌파·중도 ‘反 극우’ 캠페인에 역점
국민연합 “거짓 공포”… 신경전 팽팽

극우열풍이 전 유럽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유럽 정치 중심국가인 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본격화됐다. 선거에 나설 각 정당과 연합체가 17일(현지시간)부터 2주간 공식선거운동을 통해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유권자 확보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선거운동기간 시작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각 당 후보자의 온라인 포스터가 시시각각 게재되는 등 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소속정당인 중도성향 르네상스가 극우성향 국민연합에 완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왼쪽), 스테판 세주르네 앙상블 대표.

국민연합의 기세는 총선 국면이 본격화된 뒤에도 여전히 식지 않는 중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가 지난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5%의 지지를 받아 프랑스 내 4개 좌파 정당이 뭉친 연합체인 신민중전선을 지지율에서 9%포인트나 앞섰다. 르네상스와 연대 중도 정당들의 연합체인 앙상블은 19%로 3위에 그치는 등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에도 반전의 계기를 잡고 있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지난 11일 드골주의 중도우파 정당인 공화당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가 국민연합과 손을 잡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50년 전통 중도우익 정당이 극우와 손을 잡겠다는 폭탄선언이 나온 이후 공화당이 내분에 빠진 반면 국민연합의 몸값은 오히려 더 올라갔다. 국민연합 후보들은 “국민통합의 정부를 위해”라는 구호와 함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를 총리 자리에 올리자는 뜻의 “바르델라 총리”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포스터를 자신들의 SNS에 게시해 선거 승리에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국민연합이 중도우익 등 전체 우파진영을 사실상 통합해나가는 형국 속에 오랫동안 프랑스 정치를 주도해온 좌파와 중도 등은 국민연합의 집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민중전선 후보들은 이런 국민연합의 기세에 “극우에 반대해 뭉치자”며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단결을 호소 중이다. 앙상블은 “공화국을 위해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 일부 앙상블 후보의 포스터엔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 시오티 공화당 대표의 사진과 함께 “도와달라. 국민연합이 오고 있다”며 극우 집권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상대당들의 이런 공세에 세바스티앙 슈뉘 국민연합 대변인은 “우리의 집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 진영들이 “거짓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프랑스 조기 총선은 큰 변곡점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민연합의 독주와 이를 막기 위한 전통 정치세력의 대결 구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이날 EU 집행위원회의 주요직 인선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면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 여부는 이달 말 열리는 정상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당초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정상들의 비공개 만찬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이 추인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종 추인 불발은 정상회의 상임의장직 임기 등을 두고 회원국 간 갈등이 빚어진 탓으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주요 직책 후보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대체적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합의는 불발됐지만 유럽의회 선거 초기부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연임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EU 전신인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 행정부 수반에 오른 그는 연임 확정 시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