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의원)까지 문을 닫으면 어떡하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
18일 아픈 딸을 데리고 서울 강서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은 60대 A씨는 동네 병·의원 일부가 집단 휴진 중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그런 법이 어딨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 앞 의원이 문을 닫아 다른 의원을 찾아왔다는 그는 휴진 팻말을 보고 “환자를 볼모 삼은 의사나, 이 사태를 못 막은 정부나 다 똑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연신 내뱉던 딸과 아버지는 세 번째 의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의대 정원 확대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에 나선 이날 휴진에 동참한 병·의원은 소수에 그쳤으나 파업 여파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휴진에 참여한 동네 의원 명단을 공유하고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면서 집단휴진 사태가 의사와 환자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들은 휴진 사유를 제대로 써놓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주민들은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휴진도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보는 분위기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선 주민들이 이날 문을 닫은 병·의원 목록을 공유하며 집단휴진 참여 여부를 캐내기도 했다. 서울의 모 지역 커뮤니티에선 ‘학회나 기타 이유로 하필 오늘 휴진하는 병원들이 많다. 별다른 해명이 없다면 앞으로 해당 병원을 보이콧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커뮤니티에는 서울 일부 병·의원들이 청소 등을 이유로 휴진을 공지한 소식이 전해지며 빈축을 사기도 했고, ‘휴진하는 병원들은 환자들을 위해 앞으로도 이용하지 말자’는 의견도 올라왔다.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휴진에 개별 의대 교수들도 참여하기로 했지만 대형병원 대부분에서 정상 진료가 진행되며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은 9시가 되기 전부터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로 북적였다. 병원을 찾은 파킨슨 환자는 “진료 일정이 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인 사유로 휴진한 교수는 5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성모병원은 평소보다 5∼10%가량 외래진료가 줄었고, 수술과 입원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 사유로 휴진한 교수는 10명 내외로 집단휴진에 참여하기 위해 휴진한 교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외래진료는 전주와 비슷한 1만2000건 정도였고, 수술 건수는 76건으로 1주 전인 11일(149건)의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예정된 수술 일정을 당겨서 진행하는 등 휴진에 앞서 교수들이 일정을 일부 조정했다고 한다.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의료 공백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재직 교수 278명 중 31명(11.2%)이, 동아대병원은 170명 중 한 명도 휴진하지 않았다. 광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교수들은 연가를 내는 대신 연구실에서 연구활동을 하거나 당직을 서는 것으로 진료를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대병원은 263명의 전문의 중 46명(17.5%)이 휴진에 동참했으나, 간호사들이 사전에 외래 진료·수술 일정 등을 조율해 큰 혼란은 없었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문의 165명 중 48명(29.1%)이 휴진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