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호수, 폭우 땐 ‘물그릇’… 침수 막는다

서울시 ‘빗물담기 프로젝트’

호우주의보 발령시 호수 물 빼
빗물 집중 유입 막아 피해 예방
건물 옥상에는 배수홈통 설치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 계곡과 연결된 파이프를 이용해 호수 물을 미리 빼버립니다. 이렇게 수위를 낮춰놓으면 빗물 약 2500t을 가둘 수 있게 됩니다. 계곡 물을 임시로 저류해 도림천 유입량을 줄이고, 저지대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서울 관악구청 관계자)

18일 오후 관악산호수공원. 서울 관악구 도림천 상류에 위치한 이 호수는 평소에는 물이 찰랑찰랑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지만, 집중호우 땐 빗물을 담는 ‘물그릇’으로 사용된다. 예보가 발령되면 폭우가 내리기 전 호수 물을 빼내고, 폭우로 불어난 계곡 물이 한꺼번에 저지대로 몰리지 않도록 모아두는 방식이다. 물길을 제어하는 수문은 관악구청 재난상황실에서 원격으로 조정한다. 서울시 ‘10㎝ 빗물담기 프로젝트’의 한 장면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당IC 빗물저류조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올여름부터 호수·저수지, 운동장, 건물 옥상 등에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10㎝ 빗물담기 사업을 시행한다. 집중호우 때 하천과 저지대로 급속도로 유입되는 빗물의 집중을 막아 하천 범람과 침수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도림천 인근에선 관악산 호수공원뿐 아니라 신림공영차고지 저류조에 최대 3만5000t을 저장한다.



침수가 잦은 지하철 사당·이수역 일대는 서초구 방배동 사당IC 빗물저류조 바닥을 5m 추가로 굴착해 저류량을 기존 1만8000t에서 3만t까지 늘렸다. 이를 통해 폭우 때 우면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가둬 침수 피해를 덜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수도방위사령부 건물 옥상·연병장(6000t)도 활용한다. 양재천 일대는 서울대공원 청계저수지(42만t)와 서울대공원 주차장(2300t)을 활용, 유출량을 줄인다. 강남역 일대는 공공·민간건물 옥상에 배수홈통을 설치해 빗물을 받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사당IC 빗물저류조와 관악산 호수공원을 찾아 방재 상황을 점검했다. 오 시장은 “많은 전문가가 올여름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오는 강우 패턴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