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기업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다음달 1일 취임 2주년을 맞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말에는 강한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김 지사는 “도민들의 피땀으로 얻어낸 자유와 권한을 바탕으로 지난 2년간 미래산업의 기반을 다졌고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민선 8기 최종 도착점인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완성을 위해 달려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지사의 자신감은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서 비롯됐다. 강원도는 지난해 6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가 됐다. 정부가 주도한 제주, 세종과 달리 강원도민의 힘으로 탄생한 전국 첫 특별자치도이다. 정부 권한을 강원지사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을 담은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이달 8일 시행되면서 도는 실질적으로 더 많은 자치권을 갖추게 됐다. 이양된 권한으로는 환경영향평가권, 산지전용 허가권, 절대농지 해제권, 연구개발특구 지정 요구권 등이 있다.
―민선 8기 강원도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소회는.
“지난해 도민들의 염원이었던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41년간 기다림 끝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첫 삽을 떴고, 제2청사 문을 열어 강원 영동·영서의 양 날개를 완성했다. 도청 일을 보려고 태백산맥을 넘어야 했던 영동지역 도민들의 불편이 해소됐다. 광역급행철도 춘천·원주 연장으로 진정한 사통팔달 수도권-강원시대를 열었다. 강원세계산림엑스포와 동계청소년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숙원사업들을 하나하나 해결했다. 모두 도민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다.”
―도정운영 평가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결국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도정평가와 함께 주민생활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뜻깊게 다가온다. 어떤 비결이 있다기보다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면 도민들이 행복해지고, 그 만족감이 도정평가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당근을 받았지만 언제 채찍으로 호되게 혼날지 모르는 일이다. 긴장감 늦추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뛰려 한다.”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했다. 진행 상황은.
“일각에서는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아니다. 민선 8기 공약 중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구상을 보면 첫 번째 계획이 전문 인력 양성과 반도체 교육센터 설립이다. 그다음이 반도체 공장 유치다. 인력 양성을 목표로 도내 7개 대학이 참여한 반도체 공유대학이 올해 초 출범했다. 아울러 원주에 한국 반도체교육원을 건립하면서 강원형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공장 유치는 그다음 단계이며 진행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반도체 발전 협력 협약’을 맺었고 업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과 가깝고 물이 풍부한 강원도는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다. 긴 호흡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
―주4일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혔는데.
“최근 주4일 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시행에 나섰다. 주4일제 도입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벨기에와 덴마크, 스웨덴 등 국가에서는 이를 법제화했다. 강원도 입장에서 주4일제는 기회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수도권과 가깝고 관광지가 많은 강원도로 많은 인구가 유입될 것이다.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와 지역경기 활성화가 기대된다.”
―지역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해결 방안이 있다면.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도는 출산율을 높이고자 육아수당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에서 아이를 낳으면 8년간 약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외 다양한 정책 덕분인지 강원도의 출생아 수 감소폭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2.8%(전국 평균 25.13%)를 기록 중이다. 차별화된 외국인 정책으로 외국인들이 강원도를 찾아오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서 은퇴한 이들을 강원도로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북한이 강원도 접경지 등에 삐라를 살포하고 있다.
“얼마 전 강원도 춘천에서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산불로 산림이 소실됐다. 산불풍선이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사태가 심각했다. 오물풍선이 주유소나 가스 저장소 등으로 떨어졌다면 대형 재난이 됐을 것이다.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떤 시도도 용납해선 안 된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에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는.
“그간 6·25전쟁 관련 행사는 접경지역 시·군을 돌아가며 개최되어 왔는데, 정전 7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는 도 주관으로 행사를 열었다. 참전유공자들을 도청으로 초청해 제복을 맞춰드리면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겠다고 말했다. 올해 어버이날 그 약속을 지켰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군인이셨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예우하고 있다. 민선 8기 도정 들어 보훈 수당을 두 배 인상했고 국가유공자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강원권 첫 국립묘지 ‘횡성호국원’도 추진 중이다. 나라를 위해 흘린 피와 땀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남은 임기 추진·완성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규제에서 자유로운 강원도를 만들겠다. 그간 수많은 규제로 기업이 찾지 않는 불모지라는 오명을 써왔다. 도내 규제면적은 실제 면적의 150%가 넘는다. 6중 중복규제가 적용된 지역도 있을 정도다. 이제 자치권을 바탕으로 각종 규제를 차근차근 해소하겠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춘천·원주까지 연장됐지만 강원도는 아직 교통망이 부족하다. 강원도 모세혈관이 되어 줄 사회기반시설(SOC)을 지속해서 개선하겠다.”
◆반도체 등 5대 전략산업 2033년까지 135조 투입
강원도가 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맞아 지역발전 비전인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도약에 본격 시동을 건다. 2033년까지 10년간 135조원을 투입해 5대 미래첨단산업을 육성, 지역발전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산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특례를 담은 강원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앞선 이달 8일 시행되면서 김진태 지사의 후반기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강원도는 7월 ‘강원특별자치도 종합개발계획’을 확정·고시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여기에는 국비 72조원, 지방비 33조원, 민자 27조원, 교육회계 3조원을 투자해 강원도를 특별자치도 3대 목표인 △미래 산업 선도도시 △찾고 싶은 열린도시 △살고 싶은 쾌적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선 미래 산업 선도도시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바이오헬스, 미래에너지, 푸드테크 등 5대 미래첨단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중부권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바이오특화벨트,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 등이 추진된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과학기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도 꾀한다.
아울러 철도와 항만, 공항 등 사통팔달 물류·교통망을 완성해 강원도를 찾고 싶은 열린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가 2027년 개통하면 도 전역이 수도권과 1시간대 거리가 된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5대 관광벨트를 조성한다. 춘천·원주·홍천·횡성은 ‘수도권 명품 여가’, 철원·화천·양구·인제는 ‘비무장지대(DMZ) 생태관광’, 속초·고성·양양은 ‘해양·산악 관광’, 태백·영월·평창·정선은 ‘고원 웰니스’로 꾸며진다. 향후 10년간 강원도 방문객을 연평균 5%씩 끌어올려 2억5000만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살고 싶은 쾌적도시를 목표로 역세권 개발에 나선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에 따라 구축되는 춘천역, 화천역, 양구역, 인제역, 백담역, 속초역 등 6개 역사가 중심이 된다. 이곳에 공공주택을 건립하고 생활편의 시설을 확충해 인구유입을 노린다.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생활기반도 마련한다.
김용균 도 대변인은 “멋진 자연환경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강원도가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