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왔다가 최소 550명 사망…사우디 메카 52도 폭염

이슬람 최고 성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는 정기 성지순례(하지) 기간에 폭염으로 최소 55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번주 미국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주민이 폭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날 복수의 아랍 외교관을 인용해 지난 14일 하지가 시작된 이후 이집트인 최소 323명, 요르단인 최소 60명 등 최소 55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메카 인근 알무아셈에 위치한 병원 영안실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AFP통신 자체 집계에 따르면 각국에서 보고된 하지 기간 사망자는 577명이다.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더위에 지친 성지 순례객들이 길가에 주저앉아 쉬고 있다. AFP연합뉴스

숨진 순례객의 사인은 대부분 온열질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이집트인 사망자 한 명이 밀집된 군중에 눌려 죽은 것을 빼고는 “모두 무더위 때문에 숨졌다”고 말했다.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여겨진다. 매년 이슬람력 12월7∼12일 치러진다.

 

이슬람력으로는 달과 계절이 늘 같지 않은데, 올해 하지는 여름과 겹치면서 폭염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메가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 기온은 섭씨 51.8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발표된 사우디 한 연구는 성지순례 지역의 온도가 10년마다 섭씨 0.4도씩 상승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무슬림 순례자들이 하지 순례의 마지막 의식인 '악마의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을 행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AP뉴시스

사우디 당국은 온열질환을 앓는 순례객 2000명 이상을 치료했다고 발표했으나 16일 이후 사망자 정보 등 집계치를 최신화하지 않았다. 올해 하지는 19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진다.

 

미국도 북동부 뉴햄프셔, 메인, 버몬트주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를 내렸다. 미국 기상청(NWS)은 이날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는데, 예년 이맘때 기온보다 15도 정도 높은 수준이다.

 

북동부 지역은 미국에서 위도가 가장 높고 여름이 상대적으로 덥지 않아 에어컨을 갖추지 않은 집도 많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냉방시설 보유 비중은 평균 89%지만 버몬트주는 67%, 메인주 70%, 뉴햄프셔주 78%에 그친다. 30도 후반대의 폭염은 주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폭염특보는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 등 미 중서부 도시까지 확장된 상태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뜨거운 공기를 품은 고기압이 자리잡으면서 오는 21일(현지시간)까지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 NBC방송은 이번 폭염으로 미국 인구의 절반 수준인 1억5000만명 이상의 주민이 폭염 영향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