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했던 엘니뇨 현상이 올해 여름 소멸하고 하반기 들어서는 그 반대인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여름에는 다른 유형의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19일 기상청에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여름철 위험기상 대비 기상 강좌’에서 “서태평양 지역 (수온)이 엘니뇨 때는 상대적으로 약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계속 고온이 유지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엘니뇨가 빠지고 라니냐가 오면 (서태평양은) 고온에 고수온이 더해지는 환경이 된다"고 분석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고, 라니냐는 그 반대를 뜻한다.
정확히는 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70∼120도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보고, 반대로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면 라니냐라고 판단한다.
통상적으로 엘니뇨 때는 동태평양 수온이 높아지고 남동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서태평양 온도는 떨어지지만, 극한 기상현상을 불러왔던 이번 엘니뇨 때는 서태평양도 고수온을 유지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엘리뇨가 끝나고 서태평양 수온이 상승하고 대류활동이 활발해지는 라니냐로 전환되면 가뜩이나 따뜻했던 서태평양이 더 따뜻해지기 때문에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10∼30도 기상 영역에서 기온이 1도 오르면 수증기는 6∼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하게 되고, 수증기는 물로 변화면서 숨겨진 힘을 방출하기 때문에 단순히 강수량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상당한 불안정성을 유발한다.
강 교수는 "그나마 고기압이 장악하면서 열대저기압인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내는 양상이 있으나 비체계적인 태풍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남쪽에서 '이상 진로' 태풍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만약에 태풍이 (한반도로) 들어온다면 굉장히 강력할 수 있다"며 "바닷물 온도가 높고 수증기를 동반하는 고온의 라니냐라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들어오는 태풍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태풍의 양상 자체가 평균적이지 않아 예측이 어렵다"며 "'양 떼를 지키는 강아지'가 돼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