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포, 출산율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다

인구전략부·저출생수석실 신설
육아휴직 급여 상향·기간 확대
출산친화적 사회 걸림돌 없애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2024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와 저출생대응수석을 신설하기로 했다. 끝을 모르는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을 총망라한 대책도 내놨다. 일본이 지난해 4월 ‘어린이가족청’을 만든 걸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이번만큼은 정책 타깃을 명확하게 하고 현장에서 실현해 이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 장관과 저출생대응수석의 역할이 막중하다. ‘인구소멸 1호 국가’라는 오명을 계속 달고 살 수는 없지 않나.

 

정부 대책 세부 내용을 보면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월 150만원)을 250만원으로 올리고, 배우자 육아휴직 기간(10일)은 20일로 늘려 최대 3번 나눠쓸 수 있도록 했다. 2주(연 1회) 단기 육아휴직도 도입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자녀 연령도 초2에서 초6으로 상향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도 연 1억3000만원 이하에서 2억5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육아 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 걱정을 덜어주고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대폭 확대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정책 추진 방향은 맞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해답은 결국 ‘아이 낳고 싶어하는 출산친화적 사회’ 만들기로 수렴된다.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대기업은 출산·육아 휴가를 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문제다. 5인 이상 사업체 중 52%만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가 특단의 지원을 하지 않으면 적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저출산 극복 대책이 더 정교하고 촘촘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한국은 절체절명의 인구 위기에 놓여 있다. 저출생에 대응한다며 정부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쓴 예산이 무려 380조원에 달하지만, 출산 기피는 오히려 더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 지난 1분기도 0.76명으로 역대 최저다. 정부는 이번이 국가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각오로, 출산율 변곡점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들이 일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입법 과제가 많은 만큼 거대 야당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