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와 저출생대응수석을 신설하기로 했다. 끝을 모르는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을 총망라한 대책도 내놨다. 일본이 지난해 4월 ‘어린이가족청’을 만든 걸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이번만큼은 정책 타깃을 명확하게 하고 현장에서 실현해 이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 장관과 저출생대응수석의 역할이 막중하다. ‘인구소멸 1호 국가’라는 오명을 계속 달고 살 수는 없지 않나.
정부 대책 세부 내용을 보면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월 150만원)을 250만원으로 올리고, 배우자 육아휴직 기간(10일)은 20일로 늘려 최대 3번 나눠쓸 수 있도록 했다. 2주(연 1회) 단기 육아휴직도 도입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자녀 연령도 초2에서 초6으로 상향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도 연 1억3000만원 이하에서 2억5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육아 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 걱정을 덜어주고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대폭 확대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정책 추진 방향은 맞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해답은 결국 ‘아이 낳고 싶어하는 출산친화적 사회’ 만들기로 수렴된다.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대기업은 출산·육아 휴가를 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문제다. 5인 이상 사업체 중 52%만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가 특단의 지원을 하지 않으면 적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저출산 극복 대책이 더 정교하고 촘촘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한국은 절체절명의 인구 위기에 놓여 있다. 저출생에 대응한다며 정부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쓴 예산이 무려 380조원에 달하지만, 출산 기피는 오히려 더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 지난 1분기도 0.76명으로 역대 최저다. 정부는 이번이 국가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각오로, 출산율 변곡점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들이 일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입법 과제가 많은 만큼 거대 야당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