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 상병 사건’ 회수한 날 개인폰으로 국방비서관·차관에 전화

이종섭과 세 차례 통화한 이후
다른 관련자와 통화 추가로 나와
‘외압 논란’ 연관성 의혹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일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후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에게도 차례로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 반나절 만에 회수돼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논란이 생긴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19일 세계일보가 확보한 신 전 차관 등의 통신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오후 1시25분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약 4분51초간 통화했다. 같은 날 오후 4시21분엔 신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10초 동안 통화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이날 이 전 장관에게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총 세 차례에 걸쳐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다른 관련자들과 통화한 기록이 추가로 나온 것이다.

 

채 상병 순직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이 사건의 혐의자 8명을 특정해 경찰에 사건 기록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 전 장관, 신 전 차관 등이 △이첩 보류 △이첩 자료 회수 △혐의자 축소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오전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에도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국방부 검찰단은 반나절 만에 이 자료를 회수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자료가 이첩됐다가 회수되는 사이에 이 전 장관, 신 전 차관, 임 전 비서관과 최소 5차례 통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3차례 통화하던 사이인 낮 12시45분쯤 박 대령이 보직해임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소속인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도 임 전 비서관,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이날 최소 18차례 연락했다. 이 전 비서관은 기록 이첩이 이뤄진 직후인 낮 12시14분 임 전 비서관과 44초간 통화한 것을 포함해 임 전 비서관과 11차례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았다. 이어 신 전 차관에게 낮 12시54분에 문자를 보낸 뒤, 오후 4시16분, 19분에 연달아 전화를 걸어 각각 1분18초, 1분씩 통화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는 3차례 문자와 1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뉴시스

박 대령 측은 신 전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을 빼고 수사 용어를 조사로 바꾸라고 하라’고 지시하거나, ‘해병대는 왜 말을 듣지 않나’고 질책했다고 주장한다. 유 관리관도 같은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같은 ‘외압’을 행사했다고 의심받는 두 사람이 대통령실 관계자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외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통화나 문자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