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액 테러’ 성범죄 아닌 재물손괴… “새로운 성범죄에 피해자만 늘어”

野 백혜련, ‘체액 테러’ 처벌법 발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체액 테러’ 처벌법을 대표발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경남 사천에서는 남고생이 여성 교사의 텀블러에 정액을 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충남 서산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한 남성이 공부 중인 여고생 머리에 정액을 묻힌 사건이 발생했다. 2022년 3월에는 40대 남성이 이웃집 현관에 정액이 든 콘돔을 걸어둔 사건이 발생했고 2021년 3월에는 서울 지하철역에서 자신의 정액이 담긴 콘돔을 피해자의 코트 주머니에 넣은 남성과 가방에 넣은 남성이 각각 기소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체액 테러’는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됐다. 실질적으로 성적 의도가 있고,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성범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입법 미비 탓에 타인 물건의 효용을 해쳤다는 혐의만 적용됐다. 

 

현행법상 형사처벌이 가능한 성범죄는 신체 접촉을 수반한 추행이나 강간, 디지털 성범죄뿐이다. 백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전달하더라도 신체 접촉이 없으면 성폭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보완했다. 개정안은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에 두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했다.  

 

백 의원은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늘어나고 있다”며 “신발·가방·텀블러 등이 오염·훼손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성적인 의도로 행해진 ‘체액 테러’ 가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중요한 만큼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