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건국 초기 과감한 부동산 투자로 지금과 같은 입지 ‘끝판왕’ 자리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부동산 투자의 귀재라 할 만하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가 바로 루이지애나 구입이다. 미국 3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토머스 제퍼슨은 1803년에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땅을 사들였다.”
글은 독립선언 당시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 연안 일부에 국한됐던 미국이 1803년 프랑스로부터 지금의 루이지애나를 비롯해 아칸소, 오클라호마, 미주리, 캔자스, 캐나다와 맞닿은 미네소타를 거쳐 서쪽의 로키산맥과 연결된 몬태나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영토를 단돈 1500만달러에 매입한 일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냉전 시기 소련의 주요 길목에 해당되는 국가와 지역에 마셜 플랜을 통해 대규모 경제 원조를 하고 여기에 군사원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소 봉쇄 거점을 구축했다며 부동산 투자 개념을 끌어와서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을 설명하기도 한다. 즉 루이지애나 매입이 부동산 직접 투자였다면, 대소련 봉쇄 전략은 우량 부동산에 일부 지분을 선점하는 간접 투자였다는 것이다.
“미국은 두 번의 부동산 투자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금의 패권국에 올라섰다. 한 번은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평생 먹고살 것을 마련했고, 다른 한 번은 소련 봉쇄로 냉전을 끝내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년 경력의 현직 기자인 저자는 책 ‘미국은 왜’에서 국내 독자들이 궁금할 법한 18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미국의 역사와 정치시스템, 세계전략, 최근의 대중국 전략 재편과 한·미 관계의 변화 등을 이처럼 대표적인 사례와 쉬운 비유를 통해서 간명하게 살핀다.
먼저 ‘왜 미국은 부동산 투자에 올인했을까’를 비롯해 ‘왜 미국에서는 투표에서 지고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왜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미국 밖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일까’, ‘왜 미국은 툭하면 고립의 유혹에 넘어갈까’ 등과 같은 질문으로 현대 미국을 형성한 역사와 정치시스템, 세계전략을 집중적으로 풀어낸다.
이어서 ‘왜 미국은 한·미·일 매직에 꽂혔을까’, ‘왜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 편을 들지 않을까’ 등 최근 대중국 전략 재편과 한·미 관계 변화 등 최근의 주요 이슈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저자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태도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을 두둔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이런 태도 변화는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세계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한·미·일 블록화를 비롯해 개별 국가 간의 동맹이 아닌 블록화를 통한 촘촘한 대중국 전략으로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가하고 과거사 문제에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등 이전과 달라진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미 관계 변화가 낯설고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이것은 결국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려는 국제 전략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한마디로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