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통적인 아버지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였다. 묵묵히 가족을 지켰다. 무섭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 이미지였다. 하지만 내심 여렸고 그래서 더 외로웠다. 그런 아버지를 김현승 시인은 ‘아버지의 마음’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바쁜 사람들도 / 굳센 사람들도 /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 어린것들을 위하여… /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가부장적 시대 아버지 권위는 잊힌 지 오래다.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그만큼 고달픈 일인지도 모른다.
세간에 아버지가 화제다.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손웅정씨는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한다.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니다. 인품을 동반해야 한다”면서 아들 손흥민에게 겸손의 중요성을 가르쳤다고 한다. 지난 4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작은 부모’는 아이 재능과 개성보다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돈이 되는 곳으로 유도한다”고 지적한 뒤 자식 성공은 부모의 업적이 아니므로 숟가락을 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