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신조약(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를 자동군사개입 조항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신조약 4조와 1961년 조·소동맹조약 1조에는 ‘유사시 자동개입’을 뜻하는 “지체없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문구가 동일하게 들어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연구원 주최 긴급토론회에서 “1961년 소·조(조·소) 동맹조약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 부활에 가깝다”며 “러시아와 중국(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군사동맹관계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처럼 북·러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군사동맹 차원으로 협력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북한은 이번 조약이 1961년 냉전시기 혈맹조약보다 더 강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약”이라고 언급한 소식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약의 군사 조항에 대해 “포괄적인 전략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군사관계에서 예상되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며 “1961년과 비교해 보면 북·러판 핵우산 확장억제까지 담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남북관계를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2국가론’이 단지 북한의 전술적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결단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1961년 동맹체제로 부활한 것으로, 북한 핵무력 고도화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며 “‘북·러밀착, 한·러불편’의 길을 걸어온 가치외교의 실패”라고 했다.
4조가 자동개입 의미가 아니며 1961년 동맹조약보다 약한 수준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란 전제조건이 우선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두 가지 완충장치”라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 군사 개입이 아니라고 할 수 있고, 1961년 동맹조약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어떤 의도인지 더 상세한 분석도 필요하고, 필요하면 러시아의 설명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러시아 영토밖에서 러시아연방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문제의 결정은 상원의 권한이라고 돼 있다. 유엔헌장 51조는 무력 공격 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개별 국가나 집단의 고유한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미 우크라전에서 러시아에 포탄을 지원 중이므로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을 앞으로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받는 구조가 되고 가정적인 북한의 피침략 상황에 대해선 러시아 국내법을 이유로 피해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개입을 하려면 체약 상대국에 대한 제3국의 공격을 자국의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있어야 한다”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그 근거가 명확하게 돼 있지만 북·러 조약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번 조약을 체결한 데는 서방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홍 연구위원은 “러시아 본토까지 가지 않는다는 내부적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러시아가 대미견제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과 동북아를 연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수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추이, 그에 따른 러시아 안보 환경, 미·북관계, 미·러관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조약의 후속조치로 이어질 경제 분야 후속 협정들로 인해 대북제재 레짐의 붕괴도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조약 16조는 “쌍방은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한다”고 규정하는 등 대러·대북제재에 대한 반발도 강화됐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1950~1953년 (조국)해방전쟁(6·25)에서 소련 조종사들이 수만번 전투비행을 했다”고 한 것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소련군의 6·25 참전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발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