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용맹한 축구’ 이끌 새 사령탑을 찾아라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의 철학을 내놨다. 세계축구를 주도하기 위해 세계와 차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현장과 공유해 ‘한국형 게임모델’을 찾아내겠다는 게 핵심이다. 축구협회는 ‘언젠가 한국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큰 꿈을 꾸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여기에 부합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경쟁력 강화 전략보고서’ 발표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축구에서 지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경기국면’에서 수비조직과 공격조직, 또 전환의 형태에 따른 주요원칙과 하위원칙 등이 담긴 게임모델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이를 토대로 ‘빠르고 용맹스럽게 주도하는 축구’를 펼친다는 철학을 내세웠다.

 

조준헌 축구협회 연령별 대표팀 운영팀장은 “지난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과와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무산 등을 겪으면서 반성과 함께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그동안 잘못 된 점이 있다면 개선책을 찾아 나가는 게 축구협회의 의무이자 사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되짚어 봤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 스타일대로 흘러갈 것이 아니라 축구협회 자체적으로 연령별 대표팀 개념과 운영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하기로 했다”며 “예컨대 17세 이하(U-17) 대표팀 코치 A를 U-16팀 코치로도 활용하는 등 연령별 대표팀의 연속성과 연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이나 김민재, 황희찬 같은 역대 최고의 멤버로 대표팀을 꾸리고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4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며 결과와 과정 모두 놓쳤고, 당시 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막대한 위약금을 챙겨 팀을 떠났다. 황선홍 전 U-23 대표팀 감독은 임시로 국가대표팀을 맡았지만 본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44년 만에 올림픽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가져오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한국팀의 문제로 창의성과 전술 응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축구협회 하이퍼포먼스그룹이 2022 카타르월드컵 톱10팀과 비교한 결과 대표팀의 운동량은 많았지만 전진 상황에 대한 판단 등이 아쉬웠다고 분석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의 모습. 뉴스1

12명의 새 대표팀 감독 후보를 정해 놓은 축구협회는 철학에 부합하고 한국 축구의 약점을 채워 줄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할 방침이다. 조세 모라이스 전 전북 현대 감독과 임시로 팀을 이끌었던 김도훈 전 감독, 또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적극적인 세뇰 귀네슈 전 감독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지만 축구협회는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은 “감독 후보들의 게임모델을 봤고, 현대 축구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축구는 팀 워크가 필요한 기강을 잡아줄 수 있는 감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콜린 벨 감독은 이날 자리에서 내려왔다. 벨 감독은 오는 12월까지 대표팀을 맡기로 돼 있었지만 합의로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여자대표팀은 내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챔피언십까지 주요 국제대회 일정이 없는 상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여자대표팀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벨 감독 역시 자신의 거취와 개인적 계획에 따라 6개월 남은 현시점에서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 측이 합의한 만큼 위약금과 잔여 연봉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 여자 축구 첫 외국인 사령탑인 벨 감독은 49경기에서 24승10무15패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