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첫 퀴어문화축제 열릴까…이장우 시장 “무조건 반대”

대전에서 처음으로 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이장우 대전시장과 일부 구청장들이 ‘대전 퀴어축제’에 반대 의견을 밝히고 보수성향의 기독교시민단체가 맞불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개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대전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 6일 대전역 일원에서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사랑이쥬, 우리 여기있어’를 연다. 대전퀴어문화축제는 대전지역 30여개 시민단체·정당이 공동주최한다. 대전퀴어축제위는 “성 소수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축제는 오전 전시·부스 행사를 시작으로 거리 퍼레이드로 이어져 오후 6시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조직위 측은 전국에서 500∼1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나 서울처럼 대전 퀴어축제도 개최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장우 시장은 퀴어축제에 거듭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시장은 지난 18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전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대중 앞에서 축제가 열리면 상당한 시민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무조건 반대한다. 그분(성소수자)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공개적으로 여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조용히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에도 퀴어축제 개최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 동구는 지난달 말 퀴어축제위가 낸 용운근린공원 광장 사용 신청을 허가했다가 하루 만에 불허하는 등 승인을 번복했다.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과에서 내용을 모르고 광장 사용 신청을 승인했다가 퀴어축제임을 알고 소음 우려와 인원 수용 어려움 등으로 허가를 취소했다”며 “동구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반대한다. 행사 장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직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장우 시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며 “행정을 책임지는 공직자로서 지역의 성소수자 시민을 비난하는 발언으로 이런 발언은 공개적으로 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조용히 해달라”고 비판했다. 조직위는 이어 “대전퀴어축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이 시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그 어떤 방해도 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이슈를 만드는 것이 이 시장 본인인지 축제조직위인지 다시 한 번 성찰하라”고 주장했다. 

 

행사일과 규모가 확정되면서 일부 보수기독교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퀴어축제 조직위 출범에 반발하며 삭발식까지 했던 학부모 단체는 퀴어축제 행사장 주변을 사람과 현수막으로 두르는 맞불 집회를 알리고 있어 지난해 대구시 사례처럼 행사 과정에서 충돌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집회 자유’를 침해했다며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대구시에 700만원의 배상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