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먹거리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반 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은 평일 아침 시간임에도 음식을 먹으러 온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섭씨 35도의 날씨인 데다 시장 골목 중심은 통풍이 잘되지 않는 다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래서일까. 바가지 요금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바뀐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부산에서 여행을 왔다는 김진환(28세)씨는 "떡볶이가 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다"며 "관광지여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부산의 물가와 비교할 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의 먹거리 물가를 체감해 보기 위해 기자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근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의 떡볶이를 비교해 봤다.
먼저 광장시장에서 산 1인분에 3000원짜리 A 떡볶이의 무게는 202g(그릇 무게 제외). 어묵이나 파 같은 부수 재료 없이 떡만 6개가 들어있었다.
동대문시장에서 산 1인분에 4000원짜리 B 떡볶이의 무게는 586g. 이 떡볶이에는 어묵과 파, 깻잎이 함께 들어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산 1인분 4000원 C 떡볶이는 430g이었다. 여기엔 어묵이 2~3개 있었고, 당근도 곁들여져 있었다.
1g당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광장시장에서 구매한 떡볶이는 1g당 14.85원. 동대문시장에서 구매한 떡볶이와 남대문시장 떡볶이는 1g당 각각 6.82원, 9.30원이었다.
광장시장 떡볶이 가격이 다른 시장과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광장시장 먹거리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반응하는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광장시장 측은 바가지 논란 이후 먹거리에 정량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시장에선 정량표시를 한 곳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남대문시장에서 정량을 표시한 식당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광장시장은 이런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사대문 내 중심부에서 전통 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에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어 '서울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매긴(17)은 "한국 역사를 공부하고 있어서 한국 전통 시장을 체험하기 위해 광장시장을 찾았다"며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 씌우기 행태가 계속될 경우 광장시장의 이미지 추락과 이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광장시장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수정(23세)씨는 "해외 여행을 갔을 때 바가지를 쓰면 그 도시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가질 수 없다"며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14일 광장시장을 찾아 바가지요금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식 개선과 자정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광장시장은 외국인들이 들렀다 가는 대한민국 대표 선수가 됐으니 적당히 장사하는 곳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어려움은 있겠지만 친절, 가격 대비 양 같은 불협화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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