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관세폭탄' 맞선 중국의 다음 카드는 유제품?

돼지고기 이어 조사 시사

유럽연합(EU)의 전기차 ‘관세 폭탄’ 임시 조치에 맞서 EU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착수한 중국이 또다른 보복 대상으로 거론돼온 유제품 무역 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서 중국 업계가 정부에 EU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요청한다고 했다는 (중국 관영매체) 보도가 있었고, 상무부는 이미 돼지고기 조사를 시작했다. 다음 단계로 EU 유제품 조사를 시작할 것인가’라는 중국 매체의 질문에 “우리는 관련 업계의 요구에 주목했다”고 답했다.

중국 BYD 전기차. 로이터연합뉴스

허 대변인은 “중국 법규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근거, 중국 국내 산업은 조사를 신청해 정상적인 시장 경쟁 질서와 자신의 합법 권리를 수호할 권리를 갖는다”며 “조사기관은 국내 산업이 제기한 신청을 심사해 조사 개시 조건에 부합하면 조사 절차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지난 1월 시작한 EU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와 관련해서는 120여개 EU 기업이 제출한 답변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조사 당국은 조사 개시 60일 후 예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조사 결과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꺼내들 수 있는 보복 수단에 대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브랜디 수출 시장이 중국인 만큼 브랜디가 첫손에 꼽히고 돼지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스페인,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 영향 집중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또 지중해산 와인, 독일 등의 자동차, 유제품 등이 보복관세 대상으로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항공산업 역시 또다른 공격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이 주요 항공산업을 양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의존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려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 다음달부터 임시 조처 성격으로 상계관세가 부과될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향후 5년간 시행이 확정된다.

 

중국은 EU의 결정이 나온 뒤 정부 부처와 기업단체, 관영매체 등을 동원해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여지를 뒀고, 19일에는 딩쉐샹(丁薛祥) 국무원 부총리가 회의 참석차 직접 EU 본부를 방문해 중국의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날 허 대변인은 “EU 집행위는 중국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 중에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의 생산·경영과 발전 계획, 기술, 제품 제조법 등에 대한 대량의 정보를 수집했고, 기업들에 전기차 생산 비용과 모든 부품·원재료 정보, 판매 통로, 가격 산정 방식, EU 고객 정보, 공급망 정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EU가 수집하는 정보는 종류와 범위, 수량 등에서 전례 없으며 반보조금 조사에 필요한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는 조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협력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며 기업들에 정보 제출을 강제했다”며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