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최강자 vs 인공지능 베개… 승자는? [이동수는 이동중]

“내 인생 최고의 코골이는 너였어.”

 

과거 체육부에서 함께 일한 선배 기자가 건넨 말이다. 선배도 코골이로는 어디서 밀리지 않았는데, 기자와 함께 출장을 떠난 뒤엔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텐마인즈 AI 모션필로우 패키지 구성품. 텐마인즈 제공

텐마인즈의 인공지능(AI) 베개 ‘AI 모션필로우’를 알게 된 건 올해 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였다. 텐마인즈는 AI 모션필로우에 수면 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모션링’을 결합한 수면 솔루션으로 CES 2024에 출품된 수만 개의 제품·서비스 중 36개에만 주어지는 ‘최고혁신상’을 차지했다. 

 

AI 모션필로우는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주는 수면가전이다. 코골이를 감지·분석해 베개 속 에어백을 부풀려 사용자의 고개를 양방향으로 돌려준다. 수면을 연구하는 학계에선 자는 동안 고개를 살짝 움직여 주는 것만으로 기도가 확보돼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자사의 AI 수면 솔루션 ‘모션 슬립’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텐마인즈 제공

코골이 최강자로서 AI 모션필로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AI 모션필로우는 △모션베개 △AI 시스템 △수면 데이터 관리 전용앱 등 3개 파트로 구성돼 있었다.

 

모션 베개에 탑재된 압력센서는 사용자의 머리 위치를 감지하고 AI 시스템의 음향센서가 코골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라 모션 베개에 내장된 4개의 에어백을 얼만큼 부풀릴지 정해 작동시켰다. 수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천천히 부풀어올라 머리를 회전시켰다.

‘CES 2024’에 참가한 텐마인즈의 전시관에서 전자파 프리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모션필로우 전선이 연결된 수조에 금붕어들이 살아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이동수 기자

마음에 든 점은 모션 베개에 자기 센서나 전기 장치 등이 들어가지 않아 전자파 걱정을 덜었다는 점이다. 텐마인즈는 CES에서 금붕어가 든 수조에 모션 베개를 연결한해도 금붕어들이 활발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션 베개가 전자파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증명했다.

 

AI 모션필로우의 효과를 직접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사용자가 수면 상태일 때 작동하다 보니 실제로 에어백이 부풀었는지, 고개가 돌아갔는지 알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3주간 AI 모션필로우를 사용해본 결론은 코골이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AI 모션필로우가 코골이를 분석, 베개의 에어백을 부풀려 사용자의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3배속한 장면. 텐마인즈 제공
AI 모션필로우 작동 원리. 텐마인즈 제공

AI 모션필로우는 전용앱을 통해 에어백 기능이 켜진 날과 꺼진 날을 비교해 코골이 정도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보여줬다. 앱에 따르면 에어백 작동을 끈 날은 수면 중 평균 코골이 시간 비율이 26.2%에 달했지만, 에어백 기능을 켜니 16.1%로 감소했다.

 

전용 앱을 믿을 수 있을까. 앱에는 코를 골면 자동으로 녹음하는 기능도 있어 실제 코를 곤 시간을 음성으로 직접 계산해 볼 수 있었다. 이따금 심한 코골이로 깨어났을 때 부풀고 있는 에어백을 체감하기도 했다.

 

텐마인즈는 코골이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테스트를 한 결과 93.7%의 사용자가 코골이 감소 효과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테스트에선 일반 베개를 사용했을 때 32.2%였던 코골이 비율이 17.9%로 줄었다. 

AI 모션필로우를 사용한 뒤 전용 앱에서 확인한 수면 분석 결과. 수면 점수, 30분 간격으로 측정한 코골이 시간, 녹음된 코골이 음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동수 기자

앱에는 코골이 외에도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굿잠점수’가 표시된다. 수면시간, 코골이 크기 등을 AI로 분석해 점수를 산출한다. 잠을 얼마 못 자거나 설친 날엔 어김없이 하락하는 굿잠점수를 보면서 평소 수면습관을 관리할 수 있었다.

 

개선점도 보였다. AI 모션필로우는 잠들기 전에 코골이를 감지할 시스템을 켜고, 기상 직후 다시 끄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언제 잠들든 자동으로 수면을 감지하는 기능이 탑재되면 수면가전으로서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출고가는 100만원.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