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희망 안 보여”… 고물가·내수침체 장기화에 지쳐가는 중소기업 [뉴스+]

“원자잿값, 인건비 싹 다 올라버리니까 일해봐야 남는게 없다.”

 

20여년째 건설 관련 중소 사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이모(57)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위기 극복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건설 경기 침체에 각종 비용 인상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온갖 악재들이 이씨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 때는 그래도 이게 끝나면 살만할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갈수록 악화할 것 같다는 ‘절망’만 가득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소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장기화가 내수 침체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 장기화가 운임 상승 등을 유발하며 중소기업들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에 절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경기 악화가 이어지자 체념하는 중소기업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6.1%를 기록해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4.7%에서 3.8%로, 이자보상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1%에서 178%로 모두 하락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나빠졌다. 매출액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비율 모두 분기별 수익성 지표 발표 이래 1분기 최저치였다.

 

1분기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전년 동기(91.2%)보다 2.9%포인트 오른 93.1%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긍정적인 수치들은 모두 감소하는 반면 낮을수록 안정적인 부채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중소기업의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수치들이다.

 

중소기업의 위기에는 고물가 장기화가 자리한다. 고물가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만들어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6%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물가 상승률 2.6%까지 감안한다면 지난 4년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15%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금리로 인한 기업들의 이자비용 상승까지 겹치며 중소기업들의 곡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기업들의 경우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인한 수출 운임 상승의 짐까지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중소기업들은 위기 극복 의지를 점점 잃어가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4년 하반기 경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경제가 더 악화할 거라고 전망한 비율은 47.8%로 절반에 육박한다.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비율은 12.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이참에 옥석을 가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하지만 아무 기업이나 지원해주는 것은 자원 낭비”라며 “한계기업을 제외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혹은 첨단·고부가가치 산업 등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원의 형태도 저리 융자 지원 등 정부 지원에서 민간 투자의 형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금산분리를 완화해 금융회사의 산업 투자를 미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