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의 행복” “마셔도 괜찮나”…잔술 판매 3주, 반응은 제각각 [뉴스+]

지난 21일 오후 11시쯤 광주시 동구 동명동 젊음의 거리. 밤이 늦었지만 주점에는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여기 소주 한잔만 주세요” 4명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던 박모(25)씨는 술 못마시는 친구를 위해 잔술을 주문했다. “이건 마실 수 있지?” 박씨는 술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친구에게 잔술을 권했다.

 

이 주점에서는 ‘잔술을 판매한다’는 홍보문구에 호기심 가득한 손님들의 문의가 많았다. “진짜 잔술을 팔아요?” “남은 술을 파나요?” “마셔도 안전해요?” 등 잔술에 대한 궁금한 질문에 가게 주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잔술 판매가 허용된지 3주째인 이날 주점에는 잔술을 마시는 손님이 많지는 않아보였다. 잔술을 호기심으로 주문하거나 마셔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정부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소주 등 주류를 잔이나 병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개정안은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명시했다. 잔술을 파는 행위를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으로 간주해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이젠 술을 잔에 나눠 판매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명확해져 모든 주종의 잔술 판매가 허용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식당에서의 잔술 판매는 그동안 법령보다 하위 규정인 국세청 기본통칙을 통해 허용됐는데 시행령을 고쳐서 허용 여부를 더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점 손님 대부분은 잔술 판매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품질관리다. 소주나 막걸리를 잔술로 판매할 경우 뚜껑을 자주 여닫으면 공기와 접촉하는 횟수가 늘면서 주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맛이 변한다는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종류의 술이 문제다.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막걸리는 공기와 만나면 산화돼 주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아 개봉하면 빨리 마시는 게 좋다”고 권장한다.

 

사진=박윤희 기자

일부 손님들은 잔술 판매를 반겼다. 혼술(혼자 술을 마심)을 하는 이들은 술값도 줄이고 마실만큼만 적당히 마실 수 있어 긍적정인 반응이다. 광주 북구 두암동 주점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55)씨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게 싫어 자주 혼자 술을 마신다”면서 “두세잔만 마시면 되는데 그동안은 한병을 시켜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부터 한 두잔만 마셔도 되니 1000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대개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한잔 가격은 1000원이다.

 

대학생들도 잔술 판매를 반기는 분위기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술을 좋아하지만 생활비가 빠듯한 상황에서 소주·맥주 등을 마시기엔 가격이 비싸 부담스러웠다”며 “친구들과 가볍게 1000원씩 내고 잔술을 마시는 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점은 잔술 판매로 인한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맥주와 소주, 사케 등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는 주점 직원 최모(35)씨는 “예전에 소주 및 맥주 등을 마시다 남기고 간 손님들이 많아 버리는 게 일이었고 사케는 도쿠리(일본의 술병)와 잔술 등으로 판매해왔으나 잔술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며 “모든 종류의 잔술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일주일동안 하루에 최소 2~3명은 사케와 소주 등 잔술을 주문해 매출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