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장비·시설 좌표 파악”… 유로사토리에 뜬 ‘우크라 무인기’ 레이버드

“화면에 보이는 마을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인근입니다.”

19일(현지시간)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4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스카이톤의 무인기 레이버드가 전시돼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4에서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스카이톤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미콜라 니콜라예프는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파리에서 2000㎞ 이상 떨어진 키이우 인근 상공에 떠 있는 스카이톤의 무인기 레이버드가 찍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뿐 아니라 조종 레버를 통해 무인기를 움직이거나 촬영 대상을 클로즈업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레버를 돌려 지상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니 1m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마을 속 집들의 모습과 주차된 자동차의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레이버드는 4K 화질로 촬영할 수 있으며 HD 화질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 비행거리는 2500㎞ 이상이며 최고속도는 시간당 110㎞ 정도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본토를 정찰할 수 있다. 탑재체도 5종류가 있으며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도 지상을 관찰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나 지상 표적을 직접 타격하는 자폭드론도 탑재할 수 있다.

 

레이버드는 지상의 안테나 기지 등을 통해 먼 거리에서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인공위성과도 연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이 무인기가 러시아군의 중요 시설을 공격하고 타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게 니콜라예프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전장에서 레이버드를 통해 러시아군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인 전자전 장비나 주요 시설 등의 위치 등을 파악해 포병에게 좌표를 보내 이를 타격하게 하기도 했다”며 “적의 핵심 시설이나 고가의 무기 등을 공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핵심 무기”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4에서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스카이톤의 무인기 레이버드를 실시간으로 조종하고 있다. 취재진은 조종 레버를 통해 파리에서 2000㎞ 이상 떨어진 키이우 인근 상공에 있는 레이버드를 움직이거나 촬영 대상을 확대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미래 전장’이 눈앞에…드론, AI 접목 체계 대세

 

성황리에 마무리된 2024 유로사토리에서는 사람 대신 드론과 로봇이 싸우는 미래 전장이 실제 기술로 구현됐다. 드론과 무인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군사 정보 기술 활용은 이곳 유로사토리 현장에서만큼은 더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프랑스 다국적 방산업체인 ‘탈레스’(Thales)가 선보인 다양한 무기 체계 가운데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은 것 역시 드론이었다. 탈레스는 직접 드론을 만들기도 하지만, 드론에 사용되는 시스템도 색달랐다.

 

탈레스가 드론에 사용하는 AI 시스템은 알고리즘 데이터를 최대한 작은 공간에 많이 입력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군인들이 사용하는 통신장비보다 적은 전력이 사용돼 효율적이다. 파트리샤 베송 AI 조사개발 연구소장은 취재진에게 “드론이 사람 없이도 스스로 구동될 수 있게 만들었다”며 “드론이 어디서 어떻게 행동할지 사전에 검토해 데이터를 입력하면 알아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4에 프랑스의 다국적 방산업체 탈레스의 전시관 앞에 레이더 장비가 진열돼 있다. 탈레스의 레이더 GM200은 지상에서 적군의 비행기나 드론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되 연관이 없는 정보는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췄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탈레스가 구현한 기술대로라면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19대의 로봇,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해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여러 대의 드론을 날려 대응할 수 있다고 탈레스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병사도 쉽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론 구동을 위한 복잡한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로헝 르티리에 전략마케팅팀장은 “하나의 화면만 보고도 드론 여러 개를 통제해 데이터를 모아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드론을 보내면 자동으로 적의 차량, 이동 경로,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등을 판단해서 정보를 보내면 모든 병사가 공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야외에 마련된 탈레스 전시장 내부는 실제 전쟁터처럼 꾸며져 있었다. 탈레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전쟁의 관문’이 됐기 때문에 이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최대 방산업체답게 탈레스 전시장의 앞은 각국의 방산업계 관계자와 관람객들로 붐볐다. 한국의 방산업체 관계자들도 탈레스 전시장을 찾았다. 여러 사람이 붐비는 만큼 보안도 철저했다. 언론이나 외교 관계자가 아니면 긴 시간을 기다려 입장해야 했다. 입구에서 등록 절차를 마치면 탈레스 관계자가 가이드처럼 동행해 전시장 내부를 설명했다.

19일(현지시간)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4에 프랑스의 다국적 방산업체 탈레스의 전시관 앞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에스토니아 국적의 군사용 로봇 기업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는 무인 지상차량(UGV) 테미스(THeMIS)를 전시장 내부로 가져왔다. 1톤이 넘는 무게의 보급품을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송하는 기본형 테미스와 대전차 미사일, 다연발 유탄 발사기 등을 장착한 전투용 테미스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AI를 활용한 군사 정보 기술 활용도 유로사토리를 관통하는 주요 주제였다. 주최 측인 프랑스 국방부는 AI를 실제 작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컨퍼런스를 열어 해군의 음향 탐지 시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 사람의 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잠복 장애물을 탐지하는 기술 등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