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 대통령 올랑드 “마크롱의 시대 끝났다”

집권 중도 정당의 총선 참패 예상
극우 참여하는 ‘동거정부’ 가능성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2012∼2017년 재임)이 자신의 후임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을 겨냥해 “마크롱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마크롱은 올랑드가 대통령이던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년간 그 밑에서 경제산업부 장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올해 70세인 올랑드는 전직 대통령 신분임에도 곧 실시될 하원의원 총선거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2017년 5월 이임을 앞둔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후임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마크롱은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산업부 장관을 지낸 인연이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2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올랑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프랑스 중부 코레즈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 그는 “마크롱주의(Macronism)는 끝났다”며 “나는 (마크롱에 대한) 특별한 적대감 없이 이 말을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는 마크롱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간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꽤 오랫동안 마크롱이 대표했던 시대정신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당 소속의 좌파 대통령이었던 올랑드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을 치자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공화당 등 정통 우파 정당들도 지리멸렬한 가운데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 후보가 득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은 극좌와 극우를 배제한 범(汎)중도 세력을 규합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취임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39세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었다.

 

2022년 마크롱은 연임에 성공했으나 하원에서 그를 지지하는 의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년간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파 정부를 이끌면서도 연금개혁과 이민법 개정 등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연금개혁은 국민 대다수의 반감을 샀다. 이민 조건을 대폭 강화한 새 이민법의 경우 좌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 동요가 일었다.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도중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 번째 임기 시작 2년 만에 마크롱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국민연합이 압승했다. 오는 30일(1차 투표)과 7월7일(결선투표) 실시될 총선도 국민연합의 승리가 예상된다. 마크롱이 이끄는 여당 르네상스는 국민연합은 물론 좌파연합에도 밀려 3위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돈다. 이 경우 대통령과 야당 출신 총리가 공존하며 나라를 이끄는 ‘동거정부’가 출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직 대통령이 하원의원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아유 속에 총선 도전을 선언한 올랑드는 “프랑스에 정치적 재편이 필요한 시기를 맞아 무엇이라도 하기 위해 출마를 택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의원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책임을 지고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