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우리의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 조합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날 오전 KBS에 출연해 “우리가 어떤 무기를 제공할 것이냐 하는 것은, 살상무기든 비살상무기든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지난 21일 북·러 군사협약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 재검토’를 천명한 데 이어 러시아에 대한 재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우리가 어떤 무기를 제공하느냐, 살상무기든 비살상무기든 기술적 진보 면에서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한 155mm 포탄의 직접 지원, 천궁-2 등 방공무기 체계, 지뢰 제거용 장애물 개척전차인 K600 코뿔소 등을 우선 지원 가능 품목으로 거론한다.
장 실장은 “러시아가 만약 정밀무기를 북한에 제공한다면, 우리가 더 이상의 어떤 선이 있겠느냐”고 북한과 러시아를 향한 경고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국민의 여론도 그렇고, 그런 부분은 러시아 측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가 부족한 122·152mm 포탄 등을 지원하고, 러시아는 정찰위성이나 위성발사체, 핵잠수함 관련 기술이나 스텔스 방공 체계인 S-400 방공포대나 Su-35 수호이 전투기 등의 지원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여러 경로로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높은 수준의 군사협력이 이번 회담에서 타결될 가능성을 예상해 왔다. 이 때문에 장 실장은 지난 4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러시아 측을 향해 다양한 경고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물밑으로는 이도훈 주러시아대사를 통해 이달 초 러시아 측에 북·러 군사협력에 관한 경고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러 차례 러시아를 향해 공개·비공개 루트를 통해 우리의 경고를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직전에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이와 같은 경고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정부는 북·러 회담 전 이미 수출 규제를 포함한 독자 제재 방안을 준비해 이들의 양측의 조약 내용이 공개된 직후 이를 시행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도 이미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 두고 북한과 러시아 측의 움직임을 보며 지원 수위를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내달 미국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러시아에 대한 여러 국가들의 입장도 한국 정부의 대응 수위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