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시즈오카 세이켄지(淸見寺) 수장고, 향토사학자인 와타나베 야스히로씨가 답사객들에게 조선시대 그림 4폭으로 만든 병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래는 6폭이었습니다. 조선, 일본과 관련된 소재를 대칭해서 3폭씩 그렸죠. 지금 남아 있는 건 조선, 일본 화조도 각 1폭, 조선의 낙산사와 금강산를 그린 각 1폭입니다. 일본을 소재로 한 그림 2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답사객들의 대답은 세이켄지와 후지산. 확실치는 않지만 전문가들도 그렇게 추정한다. 낙산사에 대칭한 게 소장처인 세이켄지다. 후지산이라면 조선을 대표하는 명산 금강산에 견줄 만한 하다. 시즈오카에서는 후지산이 보이기도 한다. 김유성이란 조선 화공이 그린 이 그림들이 세이켄지에 자리잡은 건 1764년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 때였다.
주일한국문화원이 이날 개최한 ‘길 위의 인문학’의 주제는 조선통신사다. 1300년 역사를 가진 세이켄지는 조선통신사 일행들에겐 익숙했던 곳이었다. 12번의 방문 중 1회, 3회 때에는 숙박을 했고, 다른 방문 때에는 세이켄지를 언급한 기록을 남겼다.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참가한 조선의 관료, 문인, 화가는 일본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혹은 일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작성한 많은 시와 그림, 글씨, 한자로 의사 소통을 한 흔적인 필담자료를 남겼다. 그들의 시, 글씨 등을 새겨 세이켄지 본당에 건 여러 점의 현판은 뚜렷한 흔적이다. 다른 건물에 있는 편액 ‘瓊瑶世界’(경오세계)는 “조선, 일본이 두 개의 구슬처럼 세상을 밝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이켄지 소장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물은 2017년 한·일 양국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공동 등재한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에 포함되어 있다. 총 111건 333점 중 일본에 있는 건 209점이고, 이중 48점이 세이켄지 소장품이다. 시즈오카현이 지난해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시미즈항만박물관은 “에도시대 시미즈에서 이뤄진 일본과 한국의 우호교류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 ‘조선통신사와 세이켄지’를 열기도 했다. 와타나베씨는 “양국의 오랜 교류를 보여주는 조선통신사 기록의 의미에 대해 시즈오카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며 “매년 관련 행사를 열고 있고 한국에서도 참가하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답사는 신청자 541명 중 48명을 선정해 이뤄졌다. 공형식 주일문화원 원장은 “한·일 문화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역사를 알리기 위해 답사지를 세이켄지로 정했는 데 큰 관심을 받았다”며 “조선통신사와 당시 교류했던 일본인들이 남긴 발자취를 통해 양국 우호의 마음이 쭉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