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사라, 저것도 사라…국내 증권사 리포트 ‘매수 편향’ 왜? [경제 레이더]

국내 증권사 절대다수가 올해도 상장 종목 관련 리서치 보고서에서 ‘매수’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금융(IB)이나 기업공개(IPO), 신용공여 등 기업군을 상대로 영업해 이익을 내야 하는 만큼 매도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 고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기업 보고서 8662건(20일 기준) 중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것은 단 2건이다. 비중은 0.02%에 그쳤다. 매도 의견에 사실상 가까운 ‘비중 축소’는 4건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이 이날 거래를 마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반면 매수 의견은 8012건으로 전체의 92.5%를 차지, 압도적이었다. ‘강력 매수’는 8건이었으며, ‘보유’ 의견은 636건이었다.



국내 증권사 30곳 중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키움 등 28곳은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가 단 1건도 없었다. 그나마 한화투자와 BNK투자가 매도 의견을, 유진투자가 비중 축소 의견을 각각 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같은 기간 대체로 10% 넘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올해 제시한 투자의견 중 매도가 16.7%였으며, 매수와 보유는 각각 48.2%, 35.2%였다.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이 낸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은 16.4%,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22.8% 등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편향’ 보고서는 해묵은 문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의 간담회에서 보고서의 신뢰성을 주문했다. 아울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독립성을 제고하겠다며 애널리스트 성과평가 체계 개선, 독립 리서치회사(IRP)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증권사들의 이러한 저자세 배경은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업 눈치를 봐야 하는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가 해당 기업이 소통 통로를 차단하는 등 후진적인 기업문화 풍토도 보고서 작성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