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혼 포기”…100억대 전세사기 피해 청년들의 절규

서대문구 대학가 일대 피해자들
정부에 경매 유예·지원 대책 촉구

악성 임대인 127명 명단 공개
50대 최다… 평균 19억 떼먹어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임대인에게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대부분은 1990년대생 사회초년생”이라며 “전세사기 피해로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사회를 규탄하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94명은 모두 같은 임대인 최모씨가 소유한 서대문구(74명), 구로구(7명), 경기 화성시(13명) 7개 건물 세입자로 지난해부터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102억5500만원에 달한다.

눈물로 호소하는 피해자들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정부에 피해자 지원을 호소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85.5%는 1990∼2000년대생으로 5∼6평대 다가구 주택 원룸을 전세로 들어갔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남정탁 기자

피해자 이솔(가명)씨는 “학교에 기숙사가 없어 월셋집을 구했고 중개인은 시세(빌라)가 60억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잘못돼도 보증금 전액 반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저와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피해 주택 경매 유예 △다가구·불법건축물 법 사각지대 해소 △무대출 피해자 지원 대책 △정부와 은행,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이에 피해 방지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상습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안심전세포털에 공개된 악성 임대인은 127명(법인 포함)이다. 평균 연령은 49세로, 평균 약 19억원의 보증금을 떼어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빌라촌의 모습. 연합뉴스

연령대는 50대가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20대(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최연소 악성임대인은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26세 이모씨였다. 그는 4억83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강원 원주에 거주하는 손모(32)씨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707억원이다. 손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다가 올해 4월 명단 공개가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