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23일 “수도권 생존 5선 정치인의 지혜, 전략, 경험을 오롯이 보수재집권을 위해 쏟아붓겠다. 계파 없고 사심 없는 제가 적임자”라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길 줄 아는 사람, 통합과 균형의 적임자, 언제나 흔들림 없이 보수를 지켜왔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저 나경원이 헌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또 나 의원은 “당대표는 묵묵히 대권 주자를 빛나게 해야 한다”면서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게 대권의 꿈도 정말 접을 수 없는 소중한 꿈이었다”면서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당대표를 맡아 우리 당을 정말 제대로 바꿔서 202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의 기초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대선 주자가 당대표를 맡을 경우 사심이 공심(公心)보다 앞설 수 있다. 당 운영 부분에 우려가 많다”고 했다. 나 의원 역시 다른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대권 주자로 꼽혀 왔지만 당대표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편 이날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4·10 총선 당시 수도권 험지(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한 나 의원은 자신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긴 사람”이라며 타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 참패의 쓰나미 속에서도 저는 대한민국 심장부, 서울 지역구를 탈환했다”며 “이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들이닥쳐 사정없이 저를 공격했지만 통쾌한 압승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을 다시 반복할 수 없다.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유는 이제 없다”며 “승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긴 사람, 이겨본 사람은 나경원밖에 없다”며 “한 명은 인천 계양 싸움에서 패배하고, 한 명은 전국 싸움에서 패배했다”고 했다. 각각 경쟁자인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나 의원은 ‘무계파’와 ‘보수 정통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면서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엔 존재하지 않는다. 각 세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2년 전 우리 당에 들어와 지금껏 단 한 번도 우리 당을 떠난 적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더 깊고 단단한 뿌리가 필요하다. 어려운 선거마다 당을 위해 희생했고 헌신했다”고 당심을 두드렸다.
당정관계에서 ‘당정동행’을 내세운 나 의원은 “당대표 선거에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미숙한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며 “대통령과 통화했다, 뭐했다 하면서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선거는 이미 실패가 입증됐다고 할 수 있는 당정일체가 되거나 지나친 당정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불화설을 진화하려던 한 전 위원장 측과 사실상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있는 원 전 장관 측을 모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 각을 세우며 강경한 ‘대야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 의회 독재와 법치 유린을 일삼는 저들에게 절대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면서 “이 나라가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민 불행, 자유 민주주의 파멸, 헌법 질서 붕괴를 똘똘 뭉쳐서 하나가 돼서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며 “승리, 통합, 정통보수의 나경원만이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