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 ‘부당 갈아타기’ 땐 기관 제재 강화

업계 경쟁 심화에 ‘부당 승환’ 늘어

보장강화 명목 유사한 다른 보험 권유
금융소비자 보험료 상승 등 금전 손실
현행법상 불법… 엄중한 책임 묻기로
의도적 위반 땐 GA 최대 등록취소 부과
의심계약 건수 많으면 현장검사 실시
#1. 보험설계사 A씨는 계약자 B씨에게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강화하자고 제안하면서 기존 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증액하는 대신 이를 해지시키고 바로 그날 새 계약을 맺었다. B씨는 기존 종신보험에 일시납으로 보험료 2700만원을 납입했는데, 해약 후 받은 환급금은 2200만원에 불과했다.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보장하는 새 종신보험에 가입하려고 1300만원을 더해 모두 3500만원을 일시납 보험료로 납입했다. 결국 사망보험금 1000만원을 더 보장받자는 A씨에게 넘어가 1300만원을 더 부담하는 금전적인 손실을 봤다.

 

#2. 법인보험대리점(GA) C사의 소속 설계사 D씨는 2021년 7월20일∼8월27일 16건의 새로운 보험계약을 모으면서 모집 이전 6개월 이내 소멸한 16건의 기존 보험계약과 새 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 D씨는 계약자가 비교안내확인서를 통해 ‘소멸(예정) 계약이 없다’고 답변했기에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D씨가 기존 계약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C사에 과태료 4160만원과 ‘기관 주의’, D씨에 과태료 2700만원과 업무정지 30일을 각각 부과했다.

 

금융감독원. 뉴시스

보험모집인이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 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부당 승환’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소속 설계사에 대한 GA의 관리 책임을 보다 엄중히 묻기로 했다. GA업계의 건전한 영업질서 확립을 위한 조처다.

 

금융감독원은 24일 ‘GA 영업질서 확립을 위한 주요 위법행위 및 제재사례 안내’ 보도자료를 통해 “의도적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GA 등록 취소 부과 등 제재수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당 승환’이란 이미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리모델링, 보장 강화 등의 명목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동종 또는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행위로, 현행 보험업법은 이를 불법행위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보통 신계약 체결 전후 6개월 내 소멸된 기존 보험계약이 있으면 이를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간주한다.

 

금감원은 부당 승환계약으로 금융소비자들은 납입 보험료보다 적은 해약 환급금을 수령하고, 나아가 피보험자 연령 증가에 따른 신계약 보험료 상승 등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계약 체결로 면책기간이 재산정되는 피해도 뒤따른다.

 

금감원은 2020∼2023년 부당 승환계약 금지 위반과 관련해 10개 GA사에 총 과태료 5억2000만원과 더불어 기관 경고·주의를 부과했다. 아울러 소속 설계사 110명에게는 30∼60일의 업무정지 및 최대 31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 바 있다.

 

부당 승환계약은 최근 GA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증대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최근 설계사 스카우트 과정에서 일부 GA가 1억∼2억원이 넘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부당 승환계약을 양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금 지급에 따라 목표실적 상승, 실적 부담 등의 연쇄 파급효과가 일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에는 설계사가 고객의 타사 보험계약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당한 갈아타기의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감원은 지난 1월 보험업계, 신용정보원과 함께 타사 보험계약 정보까지 조회할 수 있는 비교안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어디든 상관없이 기존 계약 유무를 확인할 수 있고, 설계사는 계약자에게 비교안내를 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앞으로 영업정지 등 GA를 상대로 한 제재를 강화해 소속 설계사에 대한 관리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의도적 위반행위에는 등록 취소까지 내리기로 했다. 또 정착지원금 지급 수준이 과도하고 부당 승환 의심계약 건수가 많은 GA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현장검사에 나서고, 정착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업계 자율의 모범규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받은 소비자는 보장 내용, 보험료 등을 비교해 새 보험이 정말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보는 한편, 판매 설계사 및 GA 평판도 고려해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