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실종 20여명, 대부분 외국인 리튬, 물로 안 꺼져 진화에 애먹어 열폭주 대응 수단·매뉴얼 마련해야
경기 화성시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어제 오전 불이 나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현장에서 60대 남성이 심정지로 숨지는 등 2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이 중 20명은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무 인원 70명 중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인명피해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건 매우 드문 일인데 소방 장비와 대응 매뉴얼 부실로 화를 더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건물 2층에 보관 중이던 배터리 셀에서 시작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아리셀 공장은 연면적 2300여㎡ 규모의 3층 건물로 2층에만 최소 3만5000여개의 배터리가 있었다고 한다. 현장은 ‘펑’하는 폭발음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지며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셀 안에 난 불이 옆에 있는 셀로 옮겨붙으며 열이 급속도로 오르는 ‘열폭주’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안에는 불꽃이 날리고 유독가스까지 퍼지면서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리튬배터리에 난 불은 일반화재와는 달리 물로 꺼지지 않아 진화가 어려운 탓이다. 소방 당국은 진화인력과 장비의 현장 투입이 어려워 방화선만 구축하고 배터리가 완전히 연소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 등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약 6시간이 흘러서야 불길이 겨우 잡혔다. 배터리 화재 관련 장비와 매뉴얼은 아예 없거나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리튬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노트북, 친환경에너지저장장치 등에도 쓰인다. 배터리 화재는 갈수록 빈발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번 화재의 원인을 낱낱이 규명해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당 공장이 산업안전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했는지 따져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 보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화재 진압수단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현대차는 전기차의 열폭주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배터리 공장화재 대응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관련 기업의 화재방지체계 및 시설을 전면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섣부른 규제로 신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