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분양’ 제주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 부추기는 제주시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상 결렬
제주시 “공원조성비 늘려야” 아파트 분양가 3.3㎡ 2628만원
사업자 “고분양 리스크…2608만원” 이견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공원+아파트 조성)이 제주시와 공동사업시행자 간 사업비 변경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공원시설 조성비를 늘리자는 제주시와 공원사업비를 늘리면 아파트 고분양가로 이어져 도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사업자 간 이견 때문이다.

 

25일 공동사업시행자인 제주시와 오등봉아트파크㈜에 따르면 제주시는 음악당(콘서트홀 1200석+소공연장 300석) 760억원, 토목·조경 등 공원시설 400억원 등 공원사업비 1160억원을 제시하며 사업비 변경 협의를 요구했다.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공원시설 조감도. 오등봉아트파크 제공

이에 대해 사업자는 시가 제안한 공원 조성비는 추가재원 부족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80억원 적은 1080억원을 제안했다. 당초 제안한 1040억원보다 40억원 늘려 제시했다. 공사 자재비와 금리 인상 여파로 제주시가 제안한 1160억원을 투입하면 아파트 고분양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아파트(1401세대) 분양가는 3.3㎡당 2608만원, 사업자 수익은 검증 대비 60%를 감액한 600억원, 공원 조성비는 중부공원과 동일하게 제안 대비 19% 가량 감액한 1080억원을 제시했다. 다만, 공원 조성비 세부 항목은 제주시 결정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공원 조성비 1040억원을 제안해 분양가를 2598만원에 맞추겠다고 했다.

 

민간사업자는 제주시가 요구하는 공원조성비 1160억원에 맞추려면 분양가는 3.3㎡당 2628만원으로 분양가를 20만원 인상해야 하고 이 경우 33평형 아파트가 9억원이 넘어 고분양 리스크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업자가 오히려 제주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시에 분양가를 낮춰달라고 요청하는 셈이다.

 

제주시는 강병삼 시장 임기인 이달까지 사업비 변경 협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원 사업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공원 조성계획이 우선 정리돼야 공원 사업비를 추산하고 이를 토대로 아파트 분양가와 사업자 수익금 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제시한 공원 사업비 차이는 80억원이다.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전체 조감도. 오등봉아트파크 제공

제주시는 공공시설에 대한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신 공사비 증가는 비공원시설 내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직결된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민간사업자는 아파트 미분양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 착공한 중부공원(728세대, 3.3㎡ 당 평균 분양가 2425만원) 아파트 분양률이 저조한 점도 자극이 되고 있다. 

 

사업자 측은 “제주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분양가 인상은 도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라며 “결국 제주시는 공익을 위해 도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해서라도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며, 민간사업자는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가 가중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것 또한 공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주시 요구대로 공원 조성비를 늘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 오영훈 지사의 견해와 정면 배치된다는 시각도 있다.

 

오 지사는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역 부동산의 가장 큰 문제는 미분양”이라며 “주요 원인은 고분양가에 있다고 본다. 제주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시키는 단계에 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민간 주택 분양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전체 부동산 경기를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제주시가 민간사업자 측과 (사업비 변경)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가 되길 희망한다”라며 “(아파트 고분양 논란과 관련)시장 논리가 반영돼 합리적으로 분양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결국 공원조성비와 분양가 협상은 차기 시장으로 넘어가게 됐다.

 

양측이 사업비 변경 협의를 끝내야 도시공원위원회 심의와 협약서 변경을 거쳐 곧바로 착공에 돌입한다.

 

협약서는 2020년 12월 안동우 전 제주시장이 서명했다. 당시 협약에 따른 총사업비는 8161억원이다. 이중 토지보상비는 1532억원이다. 민간사업자의 보장 수익률은 8.91%다.

 

호반건설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자 측은 지난 4년 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과 공사비가 오르면서 총사업비를 1조2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총비용은 8262억원이다. 토지보상비도 24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제주, 인구는 1.3%, 악성 미분양은 10%

 

한편 제주도 인구는 전국의 1.3%인데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의 10%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제주 미분양 주택은 2485가구로 한 달 전보다 14.2%(352가구) 늘었다. 2021년 말(836가구)의 3배 수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4월 1241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44%에 달했다. 역대 가장 많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1만2968가구)의 10분의 1이 제주도에서 나왔다.

 

제주의 미분양 적체가 유독 심각한 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분양가 영향이다.

 

4월 기준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은 3.3㎡당 2475만원으로, 전국에서 서울(3884만원)과 대구(3059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전국 평균은 1770만원이다. 섬인 제주의 특성상 높은 물류비 등으로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10여년 전부터 투기 열풍이 불면서 제주 땅값이 크게 오른 영향도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가 심화하면서 신규주택 승인 제한과 공공 매입, 승인 취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