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 등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사고가 속출하면서 이들에 대한 산재 예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중대재해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산재 사고 사망자 812명 중 외국인은 85명으로 10.5%를 차지했다. 외국인 사망자 규모는 2022년(85명)과 동일하나 지난해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줄면서 비중은 소폭 늘었다. 이 비중은 매해 소폭 변동은 있으나 대체로 10% 안팎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취업자 수는 92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15세 이상 취업자가 2891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은 3.2% 정도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기준으로 하면 비중은 더 줄어든다. 지난달 전체 고용보험 상시가입자가 1539만3000명, 이 중 E9 비자와 방문취업 비자(H2)를 합한 외국인 규모는 23만4000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산재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예방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3월에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공단 관계자는 “외국인의 산재 예방 필요성이 높아져 연구에 나서게 됐다”며 “연말쯤 연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행정안전부·환경부·외교부 등 각 부처가 참석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국인 등 산재 취약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를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 뒤 안전교육 등 ‘관리’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이 미비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된 게 아닌가 생각되고, 사고 발생 시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력난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도입하는 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임금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있는데 그들의 삶 전반을 관리하고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