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폐기수순…애꿎은 참여기업 수십억원 ‘빚더미’

사업 대폭 축소로 손실, 폐기 수순에 투자금 회수도 불가
일회용 컵 보증금에 사용된 바코드 라벨.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정부를 믿고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이 수십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조폐공사와 인쇄업계 등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64억원의 투자 손실을 보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숍 등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때 보증금 300원을 더 냈다가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보증금 반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바코드 라벨’(스티커)을 붙이도록 했다

 

정부는 매년 20억장·80억원 상당의 바코드 라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인쇄업체 2곳, 물류업체 1곳과 납품·배송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주문·배송한 라벨은 6400여만장(3.2%), 3억원 어치에 불과했다.

 

전국에 도입하기로 했다가 갑작스럽게 세종시와 제주도에만 시행하기로 전면 축소하면서 발주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미 20억장·80억원대 물량을 맞추기 위해 투자를 마친 상태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인쇄기와 검수·리딩기 등 장비와 추가 인력을 확보해 둔 상태다. 하루에 일정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무는 '지체보상 약정' 계약조건이었기에,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다른 거래처 계약도 끊었다.

 

사업에 투자한 3개 업체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사업에 미리 투입한 투자금만 6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전국 확대를 미루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방침을 세웠다. 시행 1년 만에 사실상 폐기수순에 들어갔다.

 

인쇄업체 한 관계자는 “납품 계약조건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다른 일을 모두 중단하고 여기에 집중했다”며 “지금은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은행 이자 갚는 것도 버겁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