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민원' 용산초 교사 사건 '무혐의'…교원단체 분노 "전면 재수사해야"

순직은 인정됐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불송치'
경찰 "혐의 입증할 만한 증거 없어"
전교조·교사노조 공동 성명 내고 즉각 반발
지난 18일 인사혁신처 앞에서 대전교사노조를 비롯한 전국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대전용산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전교사노조 제공

지난해 9월 대전 용산초등학교 교사 A 씨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시도를 한 것과 관련된 교장·교감과 학부모 등이 경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아 지역 교육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6일 대전 용산초등학교 교사 A 씨의 사망과 관련된 수사 대상자 10명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 불송치 결정을 하고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 2019년 대전 유성구 관평초등학교 재직 당시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관리자 등이 교권 침해에 소극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가 관평초에서 용산초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수년간 학부모들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 왔다. 결국 지난해 9월 극단적 시도를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교육청과 유가족은 진상조사를 통해 경위를 파악한 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해당 학부모들과 관평초 전 교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 및 고소를 진행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학부모 8명, 당시 A 씨가 근무하던 학교의 전 교장·교감 등 총 10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반복 민원에 따른 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협박 혐의로, 교장과 교감은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A 씨 유족, 동료 교사, 학부모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상 전자정보, 휴대전화 통화·문자 기록 등을 확인하며 폭넓은 수사를 벌였다.

 

또한 학부모들이 제기한 민원 현황 및 내용, 학교 관계자의 처리 경과, 교장·교감의 민원 제기 시 대응 방법, 교사들의 진술 등도 확인했다. 하지만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전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했지만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역 교원단체는 크게 반발하며 성명을 내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대전교사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4년간 지속된 학부모의 악성 민원, 관리자의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거부 등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모두 ‘혐의없음’으로 나온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유가족 뜻에 따라 재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라며 “서이초 선생님, 용산초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가 아무도 없다. 교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고 악성 민원을 넣는 학부모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전교사노동조합은 초등교사노조와 함께 다음 달 1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부실수사 규탄,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