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전·퇴장·입법 폭주’ 국회 상임위, 지켜보기가 민망했다

국민의힘이 국회 보이콧을 철회해 그제부터 여야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일부 상임위가 열렸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특히 그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볼썽사나운 설전이 벌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은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1시간 만에 단독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선 민주당이 위원직 사퇴를 요구한 것에 반발해 국민의힘 의원이 일시 퇴장했고, 국토교통위도 여당이 불참하는 등 파행 운영됐다. 늑장 개원했으니 속도감 있게 민생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또다시 정쟁을 되풀이한 것이다.

법사위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여당 간사부터 선임하자”고 요구했으나,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 진행을 거부하지 말라”고 이를 거부하며 신경전이 가열됐다. 이 과정에서 4선의 정 위원장과 재선의 유 의원이 서로 이름을 묻는가 하면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세요”(정 위원장),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았겠어요”(유 의원) 등 유치한 설전이 벌어졌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민망하고 참담했을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며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안 2소위로 방송 3법 등을 넘겨 논의하자고 주장했으나, 정 위원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시종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정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언제든 경고를 하고 퇴장도 시킬 수 있다”고 겁박까지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 때도 증인으로 참석한 전직 장관과 해병대 지휘관들에게 ‘10분 퇴장’을 남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들을 재추진하기 위해 입법 청문회를 줄줄이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제도 보건복지위(의·정 갈등) 청문회가 열렸고, 오늘은 환경노동위(노란봉투법)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야당의 일방적 입장만 담기고 절차에도 결함이 있는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은 틀림없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입법 독주와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재연되면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민생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22대 국회는 개원 후 한 달 가까이 허송세월했다. 어제 국회 의사 일정도 합의한 만큼 여야는 이제 책임감을 갖고 하루빨리 정치 복원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