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당업계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해 설탕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설탕 등 원재료값 인상을 내세워 가격인상에 나섰던 제과·제빵 업계가 가격 인하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27일 제당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다음 달 1일부터 개별 거래처와 협상해 기업 간 거래(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 인하율은 거래처별로 다르지만 약 4%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상 제품은 대형 식품 제조사 등과 거래하는 B2B 물량이며, 하얀 설탕과 갈색 설탕 등이 포함된다.
삼양사도 내달 1일부터 B2B 하얀설탕, 갈색설탕 등 제품을 평균 4% 인하할 예정이다.
대한제당도 다음 달부터 B2B 제품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인하 폭은 내부 논의 중인데 경쟁사와 비슷한 4% 가량일 가능성이 높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원당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늘어난 원가 부담을 최대한 감내해왔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비용도 증가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B2B 제품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탕 원재료인 원당 가격은 지난 2022년 6월 파운드당 18.8센트(약 260원)에서 지난해 11월 27.9센트(약 390원)까지 올랐다가 점차 하락해 지난 19일 다시 18.9센트(262원)로 떨어졌다. 설탕값은 당분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탕은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에 많이 사용돼 가공식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당업계가 설탕값 인하를 결정하면서 성수기를 앞둔 아이스크림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주요 아이스크림 업계는 지난 5년간 제품 가격을 30~50%의 인상했다. 같은 기간 우유,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은 2019년 대비 22.4% 증가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이 아이스크림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인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돼지바(70㎖)는 893원의 평균 소매가격을 보였는데 이는 2019년 614원 대비 45.4% 오른 금액이다.
메로나(75㎖)는 987원으로 88% 가격이 올랐고 바밤바는 900원으로 33.9%, 월드콘 바닐라와 부라보콘 화이트바닐라는 각각 1430원, 1700원으로 5년전 대비 34.1%, 52.6% 가격이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값이 들썩일 때마다 가격을 올린 제과, 제빵, 커피전문점 등의 업종들이 가격인하에 동참할지 주목된다”며 “하지만, 한 번 제품 가격을 올리면 내리기 어려운 업종 특성상 다른 방법으로 가격인하 효과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