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부정보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반동법)을 근거로 남한 영화 유포자를 공개처형 했다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증언이 나왔다.
27일 통일부가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2020년 반동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청년법), 지난해 평양문화어보호법(평양법)이 제정된 이후 남한 문화 확산에 대한 단속·통제가 극심해졌다.
북한이 2020년 도입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최고 사형에 처하는 근거가 포함된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 수록됐다.
북한 당국은 특히 청년층을 외부 정보·문화로부터 차단하려고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동향도 뚜렷하다고 통일부는 평가했다.
지난해 탈북한 한 여성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관련 강연 영상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영상 속 해설자가 말하길 결혼식에서 신부의 흰색 드레스와 신랑의 신부 업어주기는 괴뢰식이라고 했고, 선글라스 착용, 와인잔으로 와인 마시기, 여러 개 장신구를 동시에 착용하기도 모두 반동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서는 신부는 통상 한복을 입는다.
휴대전화 주소록이나 문자메시지에 남한식 말투를 쓰는 지의 검열도 수시로 벌어진다. '아빠', '쌤(선생님)' 같은 호칭이나 '~했어요' 등 해요체, '빨리 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인 단속 사례다.
2018년 탈북한 한 여성은 “손전화기를 들고 걸어가면 단속원들이 와서 손전화기를 다 뒤져본다. 주소록도 살피는데 예를 들어 ‘아빠’라는 표현은 우리 식이 아니라고 단속한다. 주소록에는 이름만 있어야지 그 앞에 별명을 붙여서도 안 된다. 선생님도 '쌤'이라고 쓰면 단속된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서는 아빠가 아닌 아버지 등을 쓴다.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방역을 명분으로 한 인권 침해도 횡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20년 1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했다.
국경에는 70m 간격으로 경비대원이 배치됐고 봉쇄구역에 진입하면 발각 즉시 사살하라는 방침도 내려졌다고 한다. 철조망에는 전류를 흘렸다. 2020∼2021년 접경지역(양강도와 자강도)에서 봉쇄방침 위반자가 피격 사망하거나 총살된 사례도 3건이 수집됐다.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 공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보고서의 근간이 된 탈북민 508명의 증언에 2023년 조사한 141명의 증언을 추가해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