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은 약 230만명에 달한다. 저출생과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인한 외국인력 수요가 늘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한 요금제 및 혜택 출시가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활발하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이동통신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는 말도 있다. 통신업계는 국제 통화 로밍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용 요금제뿐만 아니라 각종 혜택을 선보이며 외국인 마음 잡기에 열심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동통신 3사 중에서 외국인 전용 요금제를 출시한 곳은 KT가 유일하다. KT는 지난 4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5G(5세대 이동통신) 웰컴 요금제를 출시했다.
2022년 기준 한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인구의 4.4%인 226만명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이들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으며, 실제 외국인 주민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 중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위한 요금제와 통신 서비스 혜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요금제뿐만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본국에 해외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해외 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한패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외 송금 수수료 무료 쿠폰도 매월 2장씩 제공한다. 선호하는 언어로 안내하는 ‘다국어 문자 안내’ 서비스와 외국어 고객센터, ‘KT 외국인센터’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KT 고객사업본부장인 김영걸 상무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혜택을 담아 맞춤형 상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불편해하는 서비스와 제도는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고객 눈높이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가운데 최초로 2020년부터 회사 대표 모바일 앱에서 영문 서비스를 제공해 온 SK텔레콤은 전국 T월드 매장 30여곳에서 외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어 상담이 가능한 T월드 매장은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부산, 광주, 대구, 울산 등에 있으며 매장별로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외국어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
또한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본인 휴대폰에서 114로 전화를 걸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개통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외국인임을 인지해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상담원을 연결해 준다.
SK텔레콤이 2020년 8월 출시한 선납 서비스 ‘미리(MIRI)’도 외국인에게 인기다. ‘미리’를 충전해서 사용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미 선납 서비스가 활성화된 중국, 동남아 등에서 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SK텔레콤은 최근 인공지능(AI)서비스 에이닷 AI 전화에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적용한 데 이어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동시통역 솔루션 ‘트랜스 토커’를 출시해 국내 체류 외국인 고객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김용훈 SK텔레콤 AI서비스사업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언어를 확대 지원하는 등 에이닷이 AI 개인비서로 고도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외국인 고객이 고객센터를 거치지 않고도 요금 수납, 일시 정지 해제 등 통신 서비스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외국어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서류 제출 등 대면 업무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구글맵’을 기반으로 고객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매장을 알려주는 위치 서비스도 추가했고, 통신 서비스 이용 경험 및 국내 체류 시 필요한 정보를 고객 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인 ‘톡플러스(talk+)’를 운영 중이다.
또 LG유플러스는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해 전문 통역 상담을 제공하고, 공항 내 서비스 해지를 지원하는 등 편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외국인고객센터’에 접속하면 원하는 언어로 통신 서비스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외국어 전문 상담사는 고객이 선택한 언어로 통신 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가입 조건 등을 안내, 잘못된 안내로 인한 고객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동통신 3사가 다양한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마련하는 이유는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경우 각종 기타 서비스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상태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08억원으로, 전년 4조3834억원에서 0.4% 늘어나는 데 그쳐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체류 외국인은 동영상 시청 시간이 내국인보다 높다고 한다. 지난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경우 57.3%가 여가 생활로 유선방송과 인터넷TV(IP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응답했고, 인터넷 및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외국인도 20.8%에 달했다.
따라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IPTV와 OTT 사업에 진출한 상황에서 결합요금제로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 실제 현재 이통3사는 각기 티빙과 웨이브 등 OTT 관련 결합요금제를 내놓은 상황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경우 여가 생활 측면에서 전화 및 문자, 동영상 시청, 인터넷 등 모바일 사용시간이 높은 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 및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