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친족상도례는 ‘법은 가족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에 맞춰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친족 범위가 넓고, 형 면제로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호주제가 사라진 데다 핵가족화가 심화하고 친족에 대한 인식도 바뀐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A씨는 1993년부터 11년간 경남의 돼지농장에서 일했는데, A씨 친척들은 A씨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A씨의 퇴직금, 급여, 상속받은 재산을 가로챘다. A씨는 공공후견인을 통해 피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A씨는 ‘형이 면제되는 동거친족’이라며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조항은 법관으로 하여금 형 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해 대부분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피해자는 재판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 “넓은 범위의 친족 간 관계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형사 피해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이라도 피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없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