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회 무시” “의원 품격 지켜라”… 본회의 5분 만에 고성

22대 전반기 ‘11대7’ 원 구성 완료… 28일 만에 정상화

국민의힘 몫 7개 상임위장 선출
김석기, 안철수 꺾고 외통위장에
여당몫 부의장 6선 주호영 뽑혀
‘사의’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

禹 의장 “정부, 국회 불출석 잘못”
朱 부의장은 정청래 언행 비판
“22대 국회, 험난한 대치 국면 예측”

“국회법에 따라 소집된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 정부가 불출석한 건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반드시 짚어야 할 일이 있다”며 이같이 발언하자 국민의힘 쪽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마무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열린 본회의가 시작한 지 5분여 만이었다. 여당 측 국회 보이콧(거부) 중 정부 측 인사가 야당 주도로 진행된 상임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 우 의장이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여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을 표한 것이다. 우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 출석은 거부권이 없는 의무인데도 국무위원과 중앙행정기관장, 대통령비서실 등 정부 측 전원이 불출석했다”며 “변명의 여지 없는 헌법 무시, 국회 무시 행위”라고 지적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후보로 선출된 의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윤한홍 정무위원장 후보,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후보,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 후보, 주호영 국회부의장 후보, 성일종 국방위원장 후보,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후보, 신성범 정보위원장 후보, 이인선 여성가족위원장 후보, 정점식 정책위의장.  남제현 선임기자

여야가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을 완료했다. 제22대 국회 개원 28일 만이자 원 구성 법정 시한(6월7일)을 20일 넘긴 것이다. 그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온 원 구성 갈등을 매듭짓는 이날 본회의에서마저 신경전이 계속돼 향후 여야의 격렬한 대치를 예고했다.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6선 주호영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최근 야당 주도의 국회 운영을 겨냥한 듯 “절차적 민주주의는 물론 실질적 민주주의는 이행되고 있는가”, “국회의원의 언행에 품격은 있는가”라고 자문한 뒤 “특히 22대 국회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하고 대치 국면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질적 민주주의’·‘국회의원 언행’ 관련 발언은 최근 국민의힘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최근 여당 의원들을 향해 “앞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한 번 붙어보자”라고 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우 의장 또한 이를 염두에 둔 듯 모두발언에서 ‘품격’을 강조했다. 그는 “태도가 리더십”이라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선 안 된다. 소속 정당을 떠나 의원님들 모두가 국회 구성원으로서 품격을 지키며 책임 있게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편 주 의원은 앞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4선 박덕흠 의원과 경선을 거쳐 부의장 후보가 됐다.

 

국민의힘은 외통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경선을 치렀다. 상임위원장은 관례적으로 3선이 맡는데, 3선 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느라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했던 4선 안철수 의원이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안 의원은 선수·연령을 존중하는 국회 관행과 여당 상임위원장 중에 수도권 출신이 한 명도 없는 점을 들어 한 표를 호소했으나 25표로 낙선했다. 70표를 얻은 3선 김석기 의원이 외통위원장 후보로 선출됐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추경호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선수별 대표들이 나와 추 원내대표의 조속한 원내 복귀를 촉구하자고 말했고 마지막으로 전체 참석 의원들이 총의를 모았다”며 “저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백령도에 머물고 있는 추 원내대표를 만나 의원들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 원내대표는 조만간 당무에 복귀해 야당과의 협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가 복귀하면 큰 틀의 향후 국회 대응·운영 방안 논의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야당 원내대표는 1년간 머리를 맞댈 여당 원내대표가 사의를 밝히고 떠났는데도 공식적인 반응이 없었다. 우리 쪽에선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