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의 TV 스튜디오.
그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인들의 시선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 쏠렸다. 공화당 후보는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 민주당 후보는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흑백 브라운관 속 닉슨은 무릎 부상 탓에 창백한 얼굴에 듬성듬성 수염이 보이는 데다 화장도 하지 않았고,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대선 투표일을 1주일 남기고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카터는 의료복지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레이건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에 레이건은 "또 시작이군"(There you go again)라고 응수했다.
NYT는 당시 레이건의 대응을 "지금은 유명해진 대사"라며 "레이건의 카리스마 넘치는 반박은 카터의 지루한 공격을 즉시 무력화시켰다"고 평가했다.
1988년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조지 H.W. 부시 당시 부통령의 토론도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꼽힌다.
사회를 맡은 CNN 간판 앵커 버나드 쇼는 사형제 폐지론자인 듀카키스에게 '당신의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에 대한 사형도 반대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고, 듀카키스는 냉정하게 "아니오"(No)라고 답한 뒤 사형제의 통계적 비효율성에 대한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계기로 듀카키스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고, 결국 대선에서 패했다.
당시 듀카키스를 꺾은 부시도 4년 뒤인 1992년 재선에 도전할 때 TV 토론 때문에 낭패를 봤다.
방청석에서 질문이 나오는 동안 눈에 띄게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른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TV 토론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상대방의 태도로 인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본 케이스다.
2000년 대선을 앞둔 TV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나선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질문에 답하는 동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옆에 섰다.
당황한 부시는 고어를 향해 무시하는 듯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 이는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이 장면에 대해 NYT는 "고어는 강해 보이기는커녕 불필요하게 거만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2016년 대선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의 답변 도중 고통스러워하거나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도 기억에 남을 토론 장면의 하나다.
NYT는 아울러 2000년 대선 토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답변 시간에 집요하게 끼어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닥쳐줄래"(Will you shut up, man?)라고 쏘아붙인 것도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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