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비상대응 나서야 [논설실의 관점]

반도체·수출 회복 내수가 발목
‘3高’로 단기간 내 반등 어려워
세수 부족으로 정부 여력 한계
국회가 민생 챙기기 앞장서야

우리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5월 실물경제의 세 축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3대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제조업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극심한 내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경제활동이 전방위로 위축되고 있다는 적신호로, 정부의 비상한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항목별로 성한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광공업 부문이 1.2% 감소했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1.1% 줄었다. 반도체(1.8%) 생산이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자동차(-3.1%) 등 나머지 업종은 조정세를 나타냈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가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내수부진에 따른 소비 부문이 참담하다. 소매 판매는 0.2% 줄어 1년여만에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투자 지표도 우려스럽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고금리,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건설수주가 전년대비 35.4% 급감했다. 건설 수주는 1∼2년 뒤 실적을 결정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이다. 

 

3대 지표 악화는 그간 이어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영향이 크다. 한은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3%대에 머무르고 있어 한은 고민이 깊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서민 생계를 옥죄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단기적인 내수 반등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킹달러’로 불리는 달러 강세 속에서 환율 변동성이 기업에 위협이다. 올 들어 7%가량 오르면서 1400원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전산업 생산은 보합 수준에 있고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불안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안이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진=연합뉴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월(-1.0p)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6개월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내수부진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위축시켜 생산 마저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경제 주체들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가용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해 경기 침체로 전이되는 걸 막아야 한다. 세수부족으로 인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어렵더라도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통해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 재정 역할은 한계가 있는 만큼 불합리한 규제 혁파와 친시장 정책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국회도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게 아니라 대립과 정쟁을 접고 경제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