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대표작인 푸치니(1858∼1924)의 ‘투란도트’ 무대가 10월 서울에서 펼쳐진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 서기 30년 지어진 고대 로마의 3만 석 규모 원형 경기장을 극장(공연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매년 6∼9월 열리는 오페라 축제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13년 베르디의 ‘아이다’ 공연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 무대를 한국에서 그대로 재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오페라 공연기획사 솔오페라단에 따르면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이하 투란도트 오리지널)이 10월 12∼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8차례 공연된다. ‘투란도트 오리지널’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고(故)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가 연출한 작품이다. 체피렐리 판 ‘투란도트’는 1987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 뒤 이 극장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 잡았고, 2010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첫선을 보였을 당시 ‘베로나의 웅대한 공간에 맞춤한 투란도트’란 찬사를 받았다.
이번 내한 무대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의 대표 지휘자인 다니엘 오렌이 오케스트라(뉴서울필하모닉) 지휘를 맡고, 축제 부예술감독 스테파노 트레스피디가 제피렐리 판 무대를 그대로 옮긴다. 1975년 스무 살 나이로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오렌은 현역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와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간판 올가 마슬로바, 아레나 디 베로나의 최초 ‘한국인 투란도트’로 낙점됐던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 역을 번갈아 맡는다. 전여진은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로 데뷔하려했으나 갑자기 목 상태가 안 좋아져 아쉽게 무산된 바 있다. 솔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은 통화에서 “전여진이 리허실 기간 목 감기가 걸러 안타깝게도 아레나 디 베로나 데뷔 무대에 서지 못했다”며 “아레나 디 베로나 측과 협의해 ‘젊은 소프라노가 좌절하지 않도록 투란도트 오리지널 공연인 만큼 한국에서라도 기회를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칼라프 왕자 역은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과 축제의 주역 가수인 테너 마르틴 뮐레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의회 오디션 우승자로 차세대 스타 성악가인 아르투로 크루스가 맡는다. 이 밖에도 소프라노 마리안젤라 시칠리아(시녀 류 역)와 베이스 페루초 푸를라네토(티무르 역)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이들과 현지 출연진 20여명, 의상·분장·무대 설치 기술진 60여명 등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인력만 100명 가까이 참여한다. 들여오는 전체 공연 장비도 컨테이너 55대 분량에 달한다.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은 국내 단체에서 맡는다. 투란도트 오리지널 무대에 오르는 인원만 500명 정도다. 티켓 가격은 최저 5만원부터 최고 55만원까지 좌석별로 다양하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1924년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유작 오페라다. 칼라프 왕자가 얼음처럼 차가운 권력자 투란도트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세 가지 수수께끼 풀이에 성공하고 마침내 투란도트도 사랑에 눈 뜨는 과정을 다룬다. 칼라프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류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흥미있는 스토리에다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 세트 등 풍성한 볼거리, 푸치니의 아름다운 음악까지 3박자를 다 갖춘 걸작이다. 특히 3막에서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잠들지 말라)’는 명곡 중의 명곡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