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에게 “당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당 같은 야당이 있는데 힘이 분열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약 20분간 면담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하는 정신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고, 나 후보는 “그런 마음으로 (출마)했다. 우리 당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 같은데 이 전 대통령께서 당의 뿌리여서 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나 후보의 언론 인터뷰를 봤다고 언급하면서 “개인보다 정의, 당을 우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나라가 지금 어려울 때라 소수 당이 여당이니 힘을 모아야 한다. 다른 건 없고,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 나 의원이 그렇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 순) 후보의 4파전이 된 가운데 이 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만난 당권주자는 나 후보가 처음이다.
나 후보는 이 전 대통령 예방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께서 당과 나라에 대한 걱정을 많이 말씀하셨다”며 당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을 해선 안 되고, 당도 하나가 돼야 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당권주자들 사이에 벌어진 ‘배신자 공방’과 관련해선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라며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특정인을 위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윤∙한 갈등’의 당사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직격했고, 한 후보는 “내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라고 반박했다.
나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의 분열은 개인의 욕심에서 나온다. 개인 욕심을 위해 국민을 파는 것도, 개인 욕심을 위해 대통령을 파는 것도, 모두 당원과 국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치가 아니다”며 “사심의 정치가 바로 배신의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당에는 어려울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 정말 힘들 때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당이 어려울 때, 보수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저는 당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고 덧붙였다.
또 “욕심을 내려놓고, 당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며 “민심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나누는 것부터 옳지 않습니다. 사심없는 당 대표, 제가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