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돌아선 내국인 마음 되돌릴수 있을까

고물가·바가지 논란 진실 혹은 오해
도, 관광물가 조사 “일부가 전체로 와전”
국내선 항공 줄어 가격 인상도 한몫

제주 여행 돌아선 내국인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고물가·바가지 논란, 최근의 ‘비계 삼겹살’ 이슈까지 겹치면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제주국제공항 전경.

지난해부터 내국인관광객이 급감해 관광산업 위기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제주도가 이제서야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29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589만명. 지난해 637만명보다 50만명 가까이 감소했고, 감소 폭만 7.5%다. 2022년 같은 시기엔 665만명이 찾아, 3년째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셈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관광사업체뿐만 아니라 음식점과 카페 등 자영업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 몰락은 서민경제 붕괴를 초래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문을 닫은 제주 커피음료점은 4월까지 80곳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252곳이 폐업했다. 10년 전인 2014년 114곳이 폐업 결정을 내린 것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기준 객실 수가 7만9402실에 달하는 숙박시설(7274개소)도 연 관광객이 200만명 넘게 빠질 경우 폐업 도미노가 우려된다. 올해 들어 12곳(790실)이 휴업하고 2곳(40실)이 폐업했다.

 

골프관광객이 줄면서 공항과 중문 내국인면세점 매출이 20∼30% 감소했다.

 

관광지 음식점이 썰렁하고,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내국인관광객이 감소한 이유로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특히 일본 ‘엔저’ 현상 영향도 있지만 최근에는 고물가와 ‘비계 삼겹살’ 논란 등 부정적인 이슈가 꼽힌다. 

 

실제로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올해 1∼5월 제주여행 지표가 관심도 39%, 여행계획 점유율 13%, 방문 점유율 8%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제주도에 대한 관심도는 46%, 여행 계획률은 13%, 방문 점유율은 9%로, 해당 지표 조사가 시작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일제히 최저치다. 코로나 19 발생 후 급등해 2021∼2022년 관심도 64%, 계획 점유율 22%, 방문 점유율 12%에 비해 많게는 4분의 3에서 4분의 1 수요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지 관심도’는 강원도가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는 작년 8월 이후 40%선을 유지했지만 최근 불거진 부정적 이슈로 인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줄었다. 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컨슈머인사이트는 “2024년 조사 결과를 1분기(1~3월)와 2분기(4~5월)로 나눠 봤더니 ‘관심도’와 ‘계획 점유율’ 하락세가 더 심해졌다”라며 “해외 여행 정체 추세에도 ‘비계 삼겹살’ 등 최근 불거진 논란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분출한 해외여행 수요와 ‘초엔저’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제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데다, 잠재 여행수요까지 위축세를 내다보며 관광시장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제주∼김포 편수 2년 전보다 16.4% 줄어…일본 항공료와 별 차이 없어

 

“제주도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하던데, 정작 항공권 구하기는 힘들고 가격도 많이 올라 일본 노선 항공료와 별반 다를게 없네요…”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한 이모(39·서울)씨의 푸념이다.

 

항공사들이 ‘돈 되는’ 국제선에 항공편 투입을 늘리면서 제주를 오가는 국내 노선 항공좌석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올라 관광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운항 편수는 6만 4859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감소했다. 공급석 역시 2.9% 줄어들면서 이용객 수는 4.2% 줄었다.

 

국내선 항공편 중 가장 많은 항공기가 투입되는 김포∼제주 노선 편수 감소가 뚜렷하다.

 

올해 1~4월 제주~김포 항공노선 편수는 6만1096편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4월 7만3111편에 비해 16.4%(1만2015편) 감소한 것이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여행객들이 발길을 대거 제주로 돌리면서 제주 관광업계가 특수를 누렸다.

 

연도별 제주∼김포 노선 운항 편수를 보면 2023년 19만1065편으로 2022년 21만6445편에 비해 11.7%(2만5380편) 감소했다. 2021년 21만2690편과 비교하면 10.2%(2만1625편)가 줄었다.

 

반면 국제선 운항이 크게 증가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89만명으로 326%(68만명) 급증했다.

 

이 때문에 좌석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껑충 뛰어 올랐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관광객이 급감한 요인으로 ‘고물가’가 지목되는 가운데 제주가 고비용 여행으로 외면받는 데는 항공사도 한몫하는 셈이다.

 

일본 여행과 제주를 보자면 김포~제주 구간만 왕복 1인당 20만원을 웃돈다. 주요 일본 인기 도시 항공권이 보통 30만원대지만, 그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

 

제주도가 24일 제주도청에서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제주관광 이미지 개선과 여행 만족도 제고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로 재도약할 것을 다짐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 비대위 꾸리고 물가 조사 나섰지만…

 

제주도가 ‘바가지 제주 관광’ 여론이 들끓자 제주관광 이미지 개선과 여행 만족도를 되살리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관광물가 조사 용역도 착수했지만, 이슈가 터지면 반복되는 대책과 대동소이하다. 

 

제주도는 ‘빅데이터 기반 관광 물가지수 개발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해 제주 관광 물가 동향을 조사한다.

 

이번 용역에서는 제주 관광 물가 불안 품목을 진단하고 제주와 국내, 국외 관광지 물가수준을 비교, 분석하게 된다.

 

또 빅데이터 기반 제주 관광 물가 지수를 개발하고 제주 관광 물가 안정화 방안을 제시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제주도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조례를 일부 개정해 공정 관광 물가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변덕승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유명 관광지 등에서 운영하는 특정 업체가 몇 품목에 대해 다른 곳에 비해 비싸게 요금을 받는 것 같다. 이 같은 사례는 제주도 외에 다른 관광지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변 국장은 이어 “문제는 특정 업체의 이런 행태를 제주 관광 전체로 확대해 고물가, 바가지 등의 이미지를 씌우고 있는 것”이라며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잡고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범한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는 제주도 관광 관련 실·국장과 관광 유관기관, 업체 대표, 전문가 등 27명으로 구성됐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양문석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이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제주도는 제주 관광 서비스센터를 가동해 제주여행 불편 사항 개선 등의 품질 관리를 하고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안전·안심 실천 운동을 확산해 지속 가능한 관광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관광객은 증가했지만 관광업계의 위기 의식이 높은 만큼 면밀한 분석과 진단이 중요하다”면서 “비상한 각오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의지를 다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산업의 위기 대응 능력 한계는 제주도 관광교류국과 관광공사, 관광협회가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기능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주관광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